영화 흥행의 귀재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비 6천5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주라기공원'이 지난 93년 한해 동안 8억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는 소식은 대단한 뉴스였다. 그 수입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150만대 수출(당시 64만대) 수익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 기록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린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타이타닉'은 제작비를 무려 2억8천만 달러나 들여 사상 최고의 흥행에 성공, 기하학적인 돈을 벌지 않았던가.
▲이들 영화가 말하고 있는 의미는 엄청난 흥행작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고용 창출과 인력시장 재편 효과까지 거느린다. '타이타닉'의 제작을 위해 고용된 사람만도 1만여명이었다고 한다. 무거운 장비들을 날랐던 용역원, 로케이션 현장을 찾는 전문가, 야외 촬영 때 생기는 소음 때문에 민원에 대처하는 전문요원까지 동원됐으니 웬만한 대기업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셈이다.
▲오늘날 첨단 영상산업은 이 같이 일반적인 제조업을 훨씬 뛰어넘는 고부가가치와 연결되는 지식집약적 무공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발전의 여지도 크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영화도 올들어 '친구'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로 이어지면서 흥행 신기록이 계속 바뀌고, 제작비도 치솟는 추세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45억원을 들였으나 올해 개봉한 '무사'는 78억원이나 투입됐다.
▲최근 한국 영화 제작비도 100억원대 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촬영 중인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지금까지 85억원 정도가 들어갔으며, 총 제작비가 110억원 내지 12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첨단기술을 구사한 이 SF 액션영화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넘나드는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어 디지털 작업과 특수효과 때문에 보통 영화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쉬리' 신드롬으로 시작된 한국영화 전성시대의 도래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쉬리'가 '타이타닉' 관객을 앞지르던 날 우리는 영화산업의 영광을 기꺼워 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친구' 이후 연쇄 대박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엽기' '조폭' '향수' 등 대중문화 코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덕분이었다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우리가 할리우드를 이기고 있다는 환상과 착각을 벗고 수준과 완성도를 높여 해외 시장을 노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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