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식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 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 가는구나

철 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장수나 생선장수를 보지 못하고

애기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김광규 '젊은 손수운전자에게'

이런 것도 시가 될까? 의아한 마음이 있을 지 모른다. 쉽고 일상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깊은 전언이 담긴 좋은 시이다. 사실 한국경제에서 이상 비대해진 자동차 산업의 결과로 도로 면적에 비해 자동차가 너무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걸어가면 더 빠를 것을 승용차를 타고가서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역설이다. 차를 타고 다니는 마음이 길가의 풍물을 제대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세상을 놓친다는 말과 같다. 가을날 차를 두고 사색하면서 천천히 걸어봐도 좋을 듯.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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