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鞠)거지'

정치와 폭력은 악어와 악어새 만큼이나 뗄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2인자로 통했던 이기붕(李起鵬) 당시 국회의장을 싸고 돈 소위 '동대문 주먹'은 해방이후 처음으로 정치와 손잡은 대표적인 조직폭력이 아닌가 싶다. '정치깡패'인 이들 주먹은 고려대 데모대에 각목까지 휘두를 정도로 포악(暴惡)으로 치달아 결국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 정치사 이면에는 정치적 고비마다 폭력으로 얼룩진 오욕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어디 정치뿐인가. 사회곳곳에 깡패와 위세를 부리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이다.

▲국모(鞠·44)씨라는 사채업자가 주먹을 앞세워 3년간 유명호텔 등에서 1억원대 공짜 음식을 일삼아도 신고조차 못했다니 지금도 주먹이 판을 치는 세상인가 보다. 정치인과 폭력의 야합설로 해서 나라가 시끄러운 판에 또 불거진 폭력·행패에 어안이 벙벙하다. "권력층과 잘안다"며 음식·술값을 주지 않아도 호텔측이 경찰에 신고는커녕 알아서 할 정도로 우리사회는 권력과 폭력의 야합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예쁜 종업원에게는 "연애 좀 하자"고 성희롱도 했고 군용단도도 들이대며 겁을 주기도 한 행패가 그냥 넘어갈만큼 '연기력'이 뛰어났는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평소 그렇게 부르짖던 '예방경찰'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호텔 등을 대상으로 3년동안이나 1억1천만원어치의 음식, 술을 먹고 종업원에게 인상을 써면 간단하게 해결될 정도로 우리의 치안(治安)은 먹통이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나를 돌봐주는 권력실세가 있다"며 거물급 폭력두목처럼 거들먹거려도 3년동안 범죄첩보수집에도 올라가지 않을정도로 경찰력이 겉돌았다면 경찰의 활동반경을 넓힐 필요가 있다. 뛰지 않고 신고만 바란다면 범죄해결은 속수무책이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권력·실세(實勢)만 말에 끼워넣어도 통과되는 사회가 됐다고 하는 점이다. 깡패 한명에게 계속 행패를 당할수 있는 우리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낸 셈이다. 경찰서장과 찍은 사진을 내보이고 "000의원, 나 국00이야"라는 식으로 부리는 허세에 위축되는 한국사회는 무엇을 말해주는지 사회구성원들이 뒤돌아 봐야 한다. 관련된 정치인이나 수사관계자가 없는것이 밝혀져 천만다행이다. 깡패가 권력을 앞세우고 폭력을 휘두르고 다닌 '한국적 풍토'개선은 우리모두의 몫이다. 물론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진자의 의지가 우선이지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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