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코미디 프로의 성공요소

'웃음은 인간적인 것을 제쳐놓고 있을 수 없다'. 베르그송은 그의 작품 '웃음'에서 희극을 이렇게 풀이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곰이 북을 치고 원숭이가 의자에 앉고 강아지가 사람의 명령에 따르면 웃는다. 동물들에게서 인간적인 표정이 엿보이고 사람의 장난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베르그송은 '집단성'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희극은 비극과 달리 고립된다면 웃음을 맛보지 못한다. 반향을 얻어야하고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야 한다. 혼자서 웃는다는 것은 어색하다.

과거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의 우스꽝스런 콧수염,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영구나 맹구의 바보 캐릭터가 대부분. 하지만 지금은 코미디의 요소가 변하고 있다. 어설픈 동작이나 과장된 넘어짐이 아니라 '언어'가 중심이다. 그래서 토크쇼가 인기이고, 개인기라 불리는 흉내내기나 삼행시가 주목을 받으며 '이순신 장군은 메가패스 장군'이라는 식의 언어유희에 집착한다.

하지만 코미디의 주 내용은 역시 드라마적 요소. '촌철살인'의 기지와 오도시(극적반전을 말하는 코미디 구성의 기본틀)를 뽑아내는 능력을 갖춘 작가의 대본을 토대로 코미디언 또는 개그맨의 연기력과 애드립 능력, PD의 제작 능력을 필요로 한다.

코미디PD는 우수한 작가의 발굴, 기획, 작가와 출연자의 종합구성회의, 드라이 리허설, 리허설과 함께 무디기도 하고 약삭빠른 연기자의 적절한 캐스팅과 관리 등 여러 부문에 도사린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헤치고 나가야한다. 하지만 오늘날 코미디PD의 능력 중 가장 우선하는 것은 방송출연을 꺼리는 잘 나가는 코미디언이나 개그맨 섭외. 과거에는 작가가 출연교섭을 했지만 지금은 PD가 직접 나선다.

KBS 2TV '개그 콘서트'가 23.3%의 시청률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2위보다 3배가 넘는 수치로 코미디부문에서는 쉽지 않는 시청률이다. '개그 콘서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베르그송의 '웃음이론'을 따랐기 때문인 듯 하다. '수다맨' 강성범의 암기력과 중국의 조선족까지도 비슷하다고 인정하는 연변사투리, 심현섭의 애드립에는 인간의 특성인 노력이 엿보인다. 또한 현장감 넘치는 무대에 초대된 방청객들의 웃음이 집단성을 띄면서 TV를 홀로 보는 시청자까지도 웃음에 동의하게 만든다. 그래서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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