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뺑소니 신고정신 갈수록 퇴색

25일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동아백화점 수성점 부근. 지난 22일 오후 6시쯤 이곳에서 70대 남자를 치어 숨지게 한 뺑소니차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 3개가 3일째 걸려 있었다. 유족들은 차량통행이 비교적 많은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여서 목격자의 제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여지껏 한 건의 제보도 없었다. 현수막을 건 지산2동파출소 직원은 "남의 일이라고 관심을 안갖는 건 지, 아니면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는 건 지 이상하리만큼 제보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뺑소니사건에 대한 시민 신고정신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뺑소니 피해자 가족이나 본인은 경찰이 결정적 단서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사고현장 주변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민제보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9월 현재 대구시내에서 발생한 849건의 뺑소니사건 가운데 해결은 729건으로 86.5%에 이르지만 이중 목격자 신고 및 제보로 범인이 잡힌 경우는 166건, 22.7%에 그쳤다.

따라서 뺑소니범 검거 신고 및 제보자 지급 보상금도 올들어 59명에 1천534만원이 나가, 지난해 같은 기간 2천440만원(9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사건 상당수가 인적이 드문 시간에 발생해 목격자 확보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목격자들이 경찰에 불려다니는 불편과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나 제보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도로변 곳곳에 뺑소니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들이 수개월씩 걸려 있는 경우가 수두룩할 정도다.

유족들과 경찰은 "뺑소니 사고는 언제 당할지도 모르는 내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풍비박산이 난 피해가족과 죽은 이의 심경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유욱종 교통계장은 "신고나 제보를 하면 경찰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이용한 수사를 통해 신분을 철저히 보장한다"며 "적극적인 신고로 뺑소니범은 반드시 잡힌다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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