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도 나도 개명·운세보기

박모(4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지난달 대구지방법원에 개명신청을 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이름 가운데 글자인 '基(터 기)'자의 기운이 약해져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작명가의 말을 듣고였다. 박씨는 "운영하던 자동차부속품 공장이 부도가 나 있는 형편에서 개명하라는 말이 솔깃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 직장을 못구한 장모(27·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얼마전 '오늘의 운세'를 e메일로 제공하는 인터넷 유료 운세사이트에 가입했다. 장씨는 "운세에 따라 하루 계획을 잡는 처지를 보면 비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년에는 취직운이 있다는 운세에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며 "취업재수생 가운데 운세 사이트에 가입한 친구들이 꽤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침체속에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작명', '사주팔자'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업실패, 취업난에 처한 사람들이 작명소를 찾아 이름을 바꾸거나 사업의 성공여부와 취직시기를 알기 위해 철학원, 전화운세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개명신청은 3천6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500여건보다 34% 증가했다.

법원 호적과 관계자는 "예년에는 개명을 신청한 이유가 부르기 어렵다거나 어감이 좋지 않다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들어서는 '성명학상 이름이 좋지 않다'며 개명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ㄷ역학연구소는 "하루 10통 정도이던 예약전화가 최근 30통 정도로 늘었고, 사업의 성공여부 및 취직시기를 묻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1대1 전화운세 상담을 하는 ㄷ통신회사 관계자는 "역술서비스는 이용료가 30초당 1천원으로 다른 서비스보다 3, 4배 비싸지만 매일 이용자가 수백명에 이르러 일부 인기있는 역술인은 상담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30개에 불과했던 인터넷 운세 사이트는 올해 들어 300여개로 증가했으며 관련업체들은 조만간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루 방문자수가 12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ㅅ운세 사이트는 총 회원수 120만명에 신규회원 등록이 하루 2천건에 이르며, 또다른 ㅅ운세 사이트도 지난해 3만명 수준이던 하루 방문자가 현재 11만명으로 늘었다.

계명대 사회학과 이종오 교수는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비합리적인 미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이는 후진국형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으로 건강한 사회 형성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1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