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투 잡스'族

2차 대전후 자유로운 분위기가 지속되자 미국에서 때아닌 '베이비 붐'이 일어났다. 4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은 전쟁을 겪은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비교적 풍족하게 성장했다. 엘리트 층 화이트 칼라에다 도시에서 우아한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여피(yuppie)족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식정보 사회가 도래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도 관란을 겪었으며, 맞벌이는 하되 아이는 갖지 않는다는 딩크(dink)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보헤미안적인 방랑성과 부르주아적인 부귀영화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보보(bobo)족이 젊은층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다음 세대에는 무슨 족이 나타날 지 궁금하다.

▲취업정보 제공업체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들의 부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부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8%는 기회만 닿으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업 이유로 59%가 경제적 여유를 찾기 위해서라니 직장인들의 고충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경제난에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처럼 낮 직장, 밤 직장이 다른 '투 잡스'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한국적인 현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투 잡스족을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것은 '전공파'로 자신의 전공을 살린 번역이나 관광 가이드, 디자인 등이 대표적이다. 취미와 특기를 살려 미술이나 음악을 가르치는 직장인들은 '실속파'로 분류된다. 이쯤되면 부업도 양반이다. 어느 것이 주업이고 부업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무시간중 동료 몰래 인터넷 광고 클릭, 전화광고 들어주기 등 '007파' 직장인은 종일 눈치 싸움을 해야한다. 새벽 우유·신문 배달, 퇴근 후 문서 작성, 주말이나 휴일에 택시 '스페어 기사'까지 하는 사람은 '마당쇠파'고 쉬는 날 예식장 도우미를 하는 '알뜰파'도 적지 않다고 하니 직장인들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직장인들이 부업을 원하는데도 실제 부업을 하고있는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업 문턱도 바늘구멍인 셈이다. 하기야 대졸 실업자가 지천인데다 사법고시나 공인회계사 합격자조차 상당수가 제대로 자리를 찾지못하고있는 실정이니 만만한 부업 자리가 쉬 나올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무게가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 만큼 직장인들의 부업찾기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적어도 다음 세대는 '원 잡'만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길 기대하면서 오늘의 '투 잡스'족이여, 파이팅.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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