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사는 주부 박모(34)씨는 지난 주부터 일주일에 두차례 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와 고시학원에서 교육학 강의를 듣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박씨가 뒤늦게 학원에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이유는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서다.
박씨는 "중·초교사를 많이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고시학원에 다닐 결심을 했다"며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자아실현을 위해 교사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부족한 초등교사를 충원하기 위해 2003년부터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일명 중·초교사)로 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대구시내 고시학원마다 주부들의 '만학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중·초교사반'을 개설하고 있는 대구지역 학원들 경우 수강생 중 80% 가량이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주부들이다.
중구 ㅎ 학원 경우 수강생 200여명 중 160명이 30대 주부이며 나머지는 여대생들이다. 남자 수강생은 10여명에 불과하다.
고시학원 관계자들은 대구지역에서 중·초교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1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주부들이 초등교사 임용에 몰리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 증가에 따른 자아실현 욕구가 커진데다 경제난이 주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 경쟁률이 높은 중등교사 임용시험보다 초등교사쪽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
주부 김모(33.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일주일에 두 번 8시간 강의를 듣기 위해 아이를 시댁에 맡긴다"며 "어릴적 꿈이었던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강의를 들은 뒤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보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대생들이 중·초교사 임용을 반대하고 있어 시험준비 중도에 포기하는 주부들도 있다. 주부 신모(36.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어떻게 결정이 날지 모르고 괜히 헛공부만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하루만에 포기하고 학원으로부터 환불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교육부는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 3천명을 중.초교사 임용시험과 교대학점제를 통해 초등교사로 임용하도록 하는 타협안을 교대생들에게 제시한 상태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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