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연말 감원한파 예고

IMF사태 직후였던 1998년 절정에 달했던 기업들의 감원은 다음해 하반기를 분기점으로 "할 기업은 다 정리했다"는 말이 돌면서 다소 숙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후 돌출한 현대그룹 위기, 반도체 시장 침체, 미국의 아프간 공습 등으로 내수.수출이 모두 위축되면서 한계 기업이 속출, 이미 끝났다던 감원 한파가 재차 엄습하고 있다.

◇기업 현장 풍경=회사 설립 이후 20년 넘게 3교대 체제로 가동해 온 포항공단 한 업체는 낮시간만 근무하는 체제로 올 연말까지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야간 근무 수당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그래도 인건비가 부담되면 일부 종업원의 감원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감원까지 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ㅍ사는 일정 부분의 업무와 인원을 같이 떼 내 분사(分社) 시키는 아웃소싱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 중견 기업은 간부 사원 7명을 내보내는 대신 대졸 신입 10명 가량을 채용해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기존 40~50대 간부의 퇴사는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

이처럼 감원을 검토 중인 업체는 포항공단 200개 업체 중 절반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 때문에 말을 꺼내지 못할 뿐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작년 9월 말의 포항공단 정규직 근로자 수는 1만6천500여명이었으나, 올 9월 말에는 1만6천100명으로 400명 이상 줄었다. IMF 이전에 비하면 20%인 4천명 가량 준 것이고, 떠난 사람은 대부분 40~50대였다.

◇일부 신규 채용 움직임도=감원 한파 속에서도 그나마 일부 업체들의 신규채용 방침이 동시에 흘러 나오고 있어 주위에서는 다행스러워 하고 있다.

포철 계열의 한 업체 경우 1994년 이후 7년만에 대졸 공채를 재개키로 했다. 다른 한 대기업도 15명 내외의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방침이고, ㄷ.ㅍ사 등은 기존 사원 정리 방침에 노조가 반발해 그 동의를 얻어 규모를 정하기로 하긴 했지만 신규 채용은 확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ㅇ사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정규직은 줄이는 대신 젊은 계약직 사원을 채용해 일정 기간 근무케 한 뒤 선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김모(54) 상무는 "인사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라도 기존 사원의 감원과 함께 젊은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한다는데 경영진의 뜻이 모이고 있다"며, "공단내 다른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실직 악화=올들어 포항 고용안정센터에 기업들이 의뢰한 구인 숫자는 4천910명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6천479명보다 24.2%가 감소한 것. 또 올해 채용 행사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취업자 3천42명도 작년보다 무려 31%나 준 것이다.

반면 실업급여 지급 건수는 급증해, 포항 고용안정센터에서의 작년 1~9월 사이 수령자는 3천431명이었으나 올해는 24.4% 증가한 4천268명이나 됐다. 증가세는 특히 올 하반기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취직을 하려면=대졸 신규 공채와 관련, INI스틸 인력운영팀 박종규 차장은 "좁아진 채용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전공 지식은 물론이고 컴퓨터.외국어 능력을 겸비하고 사회성도 뛰어나야 한다는 것. 후보 인력이 워낙 많다 보니 기업체들이 내세우는 조건이 그만큼 더 까다로와졌다는 이야기이다.

일자리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연령층은 40~50대 사무직 실직자. 일단 예전처럼 다시 넥타이 매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하며, "그러고도 일자리를 구하려면 기존 사업장보다는 새로 설립되는 신설 업체를 찾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 실제 있는 경력이라도 실직 이후 발생한 잦은 취업과 실직 경력은 밝히지 않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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