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마을을 찾아서-문경 현리마을

문경시 산양면 소재지 4km지점 금천변에 위치한 전통의 선비 반촌 현리마을. 인천 채(蔡)씨 집성촌이다.

430년전 순천 박씨가 마을을 열었으나 후사 없이 딸만 뒀는데 양애선생 4형제가 박씨의 딸들과 결혼, 채씨 일가를 이뤘다.

풍수를 중시한 독특한 전통이 곳곳에 남아 면면히 이어진다. 배(船) 혈의 마을이라 하여 집을 높이 지으면 배(마을 기운이)가 기울어 침몰한다고 믿고 지금까지도 단층가옥만 고수하고 있다.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는 이치여서 우물도 파지 않고 수백년간 수고를 감내하며 동구에서 500여m 떨어진 동샘에서 물을 길러 사용했다.

곡절끝에 우물은 50여년전 부터 마을내에 두기 시작했지만 가옥만은 2층을 짓지 않는 고습을 그대로 유지해 최근 마을회관도 단층기와집으로 마련했다.

이 회관을 지을때도 관련한 일화가 있었다. 양애 채득호선생을 모신 영모제 옆에 터를 마련하고 설계를 했으나 영모제보다 건물높이가 높게나오자 설계를 바꿔 낮췄다.

양애선생은 향약을 만들고 평생 학문에 정진했으며 정유재란때 곽재우 의진에 참여해 충의가(忠義家)로 불리며 추앙 받았다.

마을뒤 서낭당에서는 음력 정월 열나흩날 밤 동고사와 보름날 마을 앞 구봉당에서의 동고사도 400여년을 잇고 있다.

현재 마을에는 52가구 131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타성이래야 안동 장씨 단 한집 뿐이다. 주민들이 노령화돼 65세 이상 노인이 41명이나 된다.

상민들이 하는 것으로 치부해 마을 풍물패가 없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마을 전통으로 예전에는 마을에서 들리는 사람소리는 모두 글 읽는 소리였을 정도였다 한다.

교실과 방을 갖춘 학실은 이웃 마을 사람까지 찾아들었던 학문수행의 요람이던 곳으로 300년을 내려오다 50년전 수해로 유실돼 주민들은 무척 애석해 한다.

학문을 지고의 덕목으로 여긴 탓에 근세에 들어서도 상공인 등으로 입신한 사람은 전혀없는 반면 학계나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많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채문식씨도 이곳 출신.

벼농사를 위주로 함께짓는 마늘, 양파가 특산물이며 특히 마늘은 생육토양이 좋아 향과 맛이 뛰어난 전국 제일로 친다.

채갑식(77)노인회장과 채종선(70)총무는 "도덕규범을 바로세운 문향의 전통을 대대손손 이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며 후일에도 변함없이 전승될 것을 확신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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