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렇게 했다-서울대 경영1년 이상민

가슴 졸이며 시험 날을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다. 수능을 5일 정도 앞두고부터 라디오와 TV, 신문 등에서는 시험과 관련된 수험생 유의사항과 각종 예상 정보가 넘쳐흘렀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것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불안감과 긴장감을 조장하고 고조시키는 측면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촉박해질수록 학교 교실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친구들의 소란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경우가 많았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지 빨리 이 긴장된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간절하였고, 어떤 때는 갑자기 찾아오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리가 혼미해질 정도로 어지러웠다. 나는 그런 상태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스스로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1년 동안 치른 모의고사 문제를 다시 검토하며 틀린 문항 주변을 폭넓게 확인하는 공부를 했다. 그런 다음 공부했던 참고서를 훑어보며 평소 소홀히 했거나 하기 싫어서 대충 보고 넘어간 단원들을 다시 차근하게 정리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교과서를 다시 읽었다. 그런 다음 모의고사 문제로 시간을 정해놓고 실전 훈련을 했다.

가만히 있을 때는 불안하고 가슴이 조여오는 통증도 느꼈지만 몰두해서 공부를 할 때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격려의 말로 위로해 주고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려고 했지만 그 어떤 것도 궁극적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부가 제대로 된 날만 마음도 편안해 지고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힘들 때마다 나는 '시험 날은 어차피 다가온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중에 스스로에게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도록 일단 공부부터 하고 보자'라며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예비소집에 갔다 와서도 밤 10시까지 평소처럼 공부를 했다. 잠자리에 들 때 갑자기 이제 한 번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짧은 4, 5일 동안 전과목을 다 보고도 시간이 남았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면 마지막에는 하루를 한 달보다 긴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후배들이 지금은 공부만이 자신을 평화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나머지 시간들을 잘 관리하길 빌어본다.

이상민(서울대 경영 01.덕원고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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