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 초대석-예수는 없다 저자 오강남씨

그가 종이 한장을 들고 기자에게 물었다. "종이에 '구름'이 보입니까?".웬 구름? 캐나다에 사는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는데, 고승같은 선문답을 불쑥 던지다니...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종이에서 구름을 떠올려야 진정으로 종교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종이의 원료이고, 나무는 비를 맞아야 자라고, 비는 구름이 있어야 생성되죠. 종이에서 구름은 물론이고 나무, 비, 기술자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여전히 얼떨떨해하는 기자를 계속 몰아붙였다. "종이에 모든 것이 들어있듯,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고 맞물려 돌아가는 삶을 깨닫는 것이 종교의 요체입니다. 이때문에 내자신만이 아닌, 다른 것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제서야 그가 말하는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고,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는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짚은 것이리라.

베스트셀러 '예수는 없다(현암사 펴냄)'의 저자 오강남(60.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교수)씨는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뚜렷한 인상을 줬다. 31일 경북대 의대 정신의학교실에서 주최한 초청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그는 "예수를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제대로 믿으라는 얘기"라고 결론부터 밝혔다.

종교서적으론 드물게 지난 5월 출간이후 4개월만에 4만권이상 팔린 '예수는 없다'는 그가 비교종교학자로서 잘못된 길을 가는 한국기독교에 대한 충정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 기독교는 '교만'과 '성경의 문자주의'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만 맞고 다른 사람의 종교는 틀렸다는 생각을 고치는 게 우선입니다. 또 성경을 시대.현실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데도 문자 그대로 읽고 믿는 것도 문제죠. 이때문에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증오와 대립만 난무합니다".

"예수님이 한국기독교를 보면 '과연 내가 세운 종교가 맞는가'라고 말할 게 분명하다"는 그는 "21세기에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를 포용하고 함께 끌어가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강연도중 '성불(成佛)한 예수님'이라는 불경(?)스런 표현을 써 좌중을 놀라게 했다. 그의 해석은 논리정연했다. "예수님의 말씀중 '회개하라'는 라틴어로 의식을 바꿔라→깨달아라→성불하라는 뜻입니다. 성불이란 깨친 사람을 표현하는 만큼, 문자적인 의미로는 결국 예수님은 성불하신 분이죠".

그렇지만 그는 종교를 무조건적으로 획일화하려는 것이 아니고, 시대가 종교에게 상생(相生).상보(相補)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유럽 기독교계는 '새로운 종교개혁'이라고 할 만큼 급격한 변화가 진행중"이라면서 "배타주의→다원주의, 상하구조→평등구조, 저위에 계신 하나님→내안에 계신 하나님, 교리중심주의→깨달음 중심주의, 죄(罪)강조→사랑 강조 등으로 교리.사고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순수한 복음.진리라는 것은 종교사에서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자기변화를 하지 못한 종교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종교는 살아움직이는 생물과 같아 끊임없는 신진대사가 필요합니다".

진보적인 교단인 밴쿠버의 캐나다 연합교회에 다니는 그는 "책 출간후 기도를 하는지, 교회에 가는지 의심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올해 교수 안식년을 맞아 귀국, 서울대 등에서 강의하는 그는 현재도 꾸준히 팔리는 '장자' '도덕경'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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