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해안 감성돔 낚시 제철

'쿡쿡…'. 입질이 왔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찌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직감적으로 이번엔 뭔가 큰놈이 왔나 싶었다. 손끝에 힘을 주는 낚시경력 10년째인 손진하(49.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한샘타운.강태공 조우회)씨의 등에 긴장이 짜르르 흐른다. 낚싯대를 슬쩍 들어올려 보자 놈은 장난을 치자는 것일까? 피하려는 것일까? 물속 바위 있는 곳으로 숨은 듯 좀체 나올 생각이 없다.

밀고 당기기를 5분여. 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날렵하게 빠진 감성돔. 눈짐작으로도 '큰놈'이다. 그 순간의 터질듯한 기분, 계측결과는 39㎝. 25~30㎝짜리 잔씨알이 주종인 연안 갯바위에서 이만하면 '대물'. 감성돔 손맛 세번째만에 이룬 달콤함이었다.

지난달 28일 제14회 대구시장기 바다낚시대회(생활체육 대구시낚시연합회 주최)가 열린 경남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포교마을. 전날 밤의 장대비도, 이날 새벽의 폭풍주의보도 꾼들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철 만난 가을 감성돔과의 화끈한 한판. 10척의 낚싯배에 나눠탄 채 폭풍주의보 해제를 기다리고 있는 200여명 출전 선수들의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전 11시, 마침내 기상특보가 해제되자 배들이 일제히 요란한 엔진 굉음을 내며 수면을 가른다. 선수들은 20~30분 거리의 연안 갯바위 포인트마다 2인1조씩 낚싯대를 챙겨 뛰어 내린다. 밤새 기다린 한판 승부에 들어간 것이다.

해상국립공원이자 청정해역인 남해안. 남해안에는 요즘 주말마다 감성돔의 그 묵직한 손맛을 잊지못하는 강태공들로 북적인다. 거제, 충무, 통영, 여수, 더 멀리는 완도, 추자도까지 감성돔의 이동 경로를 따라 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제철 만난 요즘은 꾼들 있는 곳에 감성돔이 있고, 감성돔 있는 곳에 꾼들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와 적막함 뿐인 갯바위에서의 기약없는 기다림. 그러다가 감성돔이 낚싯대를 한번 휘어져라 힘차게 입질 할때면 감당할 수 없는 희열과 흥분에 휩싸이는 것이 꾼의 팔자다. 그래서 그 손맛을 한번 본 다음에는 또다시 감성돔을 찾아 나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꾼들은 침을 튀긴다.

고성대포낚싯배 선장 정영호(36.고성군 삼산면 미룡리.055-672-8344)씨는 "토박이놈도 있지만 한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니는 해류성 물고기인 감성돔은 계절별, 수온에 따라 움직이는 길이 있다"며 "예민한 데다 겁도 무척 많은 까닭에 수중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 같은 곳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며, 미끼는 깐새우를 쓰고 그래도 입질이 시원찮으면 게를 쓰기도 한다"고 말한다.

'감생이'라고도 불리는 감성돔은 타원형의 미끈하게 빠진 몸체에 세로로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다. 일정기간 자웅양성을 띠는 물고기로 수심 40~50m 이하의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어종이다. 강태공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신사'로 통하기도 한다. 시력이 좋은 데다 순간적으로 줄을 잡아 당기는 힘이 강하며 체중도 무거운 편에 속한다. 산란기는 5, 6월이며 이때는 연안 가까운 내만권에서 많이 잡히며 바다의 수온이 떨어지는 12월 이후에는 먼바다로 나간다.

사량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갯바위에 포인트를 잡은 해암기조회 남용택(42.자영업.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지난 98년 욕지도에서 58㎝짜리 대물(감성돔)을 낚은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맛 때문에 요즘도 한달에 4, 5회씩 출조한다"고 활짝 웃는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주말은 주요 포인트마다 포화상태라 주중에 출조하려 애쓴다고. 신씨는 그러나 낚시꾼이 아니면 언제 남해바다의 절경에 눈을 씻으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겠느냐고 덧붙인다.

해암낚시(053-792-5057) 이종욱 점주는 "추석 이후 거제, 통영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감성돔은 이달 들어서부터는 고흥 녹동, 완도 등지로 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12월 이후면 극성꾼들이 추자도, 거문도 일대까지 따라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대개 출조인원은 10~20명선이며 인원이 많을 경우는 대형버스로 이동한다. 참가비는 거리에 따라 다르나 고흥 녹동의 경우 8만원선. 낚시장비 외에도 갯바위 신발과 구명조끼는 필수장비다.

사실 '몇자 몇센티미터짜리 대물을 잡았노라'고 자랑하고 싶은 게 모든 꾼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꾼이 되려면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운채 대물을 기다릴줄 아는 끈기를 가져야 한다고 경험많은 꾼들은 충고한다.

글.사진: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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