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천만원짜리 콤바인을 구입키로 했던 청송군 부동면 하의리 이모(50)씨는 더 이상 벼 농사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자금을 융자받아 새 기계를 사서 농사를 짓더라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농촌지역에서 영농에 필수품인 농기계가 팔리지 않고 있다. 농촌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쌀재고 누적과 정부의 산지벼 매입가격 하락 등으로 농민들이 영농을 속속 포기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농업조수익이 4.7% 증가에 그치는 반면 농업경영비와 농가부채는 각각 6.8%, 9.0%씩 늘어 농촌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란 '2001년 농가경제 선행지수전망'은 농민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농기계 구입은 더욱 더 줄어들 전망이다.
농협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국내 5대 농기계 메이커가 전국 농협을 통한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 공급실적(금액기준)은 3천53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천396억원)보다 34%(1천860억원)나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정부자금 융자로 경북에 공급된 대형 농기계는 2천924대(412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4천538대(666억원)보다 수량으로는 35.6%, 금액으로는 38.1% 가량 줄었다. 기종별로는 봄철 파종기 때 사용되는 트택터와 이앙기는 각각 647대(34.9%), 217대(19.9%)가 줄어든 반면 수확용 콤바인의 경우는 지난해 1천599대에서 올해는 849대로 판매량이 절반가량 줄어 오늘의 농촌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정부 융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소형 농기계 구입량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농협측은 보고 있다.
이같은 농민들의 농기계 구입 감소현상은 올 산지벼 매입가격 하락과 쌀 재고누적 등 영향으로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경북지역본부 자재팀 이상열 팀장은 "최근 쌀값하락 등의 영향으로 새 농기계 구입 농가가 급속히 줄어드는 등 농민들의 영농의욕 감퇴현상이 생각보다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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