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남-북변환시스템' 개발
컴퓨터학과 이종호군의 졸업논문 준비
컴퓨터학과 4학년인 이종호군은 집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아예 이틀쯤 학교 실험실을 집삼아 지내다가 옷 갈아입으러 집에 들어간다. 밀린 잠을 보충하고 다시 학교에 가면 또 새우잠 자며 공부에 매달린다.일년 넘게 이런 생활을 했다.
'저만 유난스레 많이 공부하는게 아닙니다. 졸업하려면 논문심사에 통과해야 하는데 보통 까다로운게 아녜요. 주.야간 90명 정원인 학과에서 매년 10~20명이 제때 졸업을 못할 정도입니다. 입학보다 졸업이 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합니다.2학년 대부터 교수님 연구에 참여하면서 실험실 살이를 시작했어요. 집이 시내에 있지만 시간이 아까워 그냥 학교에서 지내죠. 이젠 익숙해져집보다 오히려 실험실이 편합니다?다른 학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5년부터 '졸업자격 심험보고제'를 도입한 컴퓨터학과는 유달리 까다롭다. 3학년 2학기를 마칠 즈음 학생들은 졸업논문 준비에 들어간다.교수들이 나름대로 지도 가능한 주제를 3,4개 골라놓으면 학생들은 그에 맞춰 논문주제를 정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겨울방학 내내 이뤄진다. 졸업을늦게 할 각오가 돼 있으면 모를까 겨울방학 동안 놀 생각은 꿈도 못꾼다. 빠르면 방학 전에 , 늦어도 4학년 개학 전에 주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일년 가까이 실험을 통해 논문을 완성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종호군이 준비 중인 논문은 '전자우편에 적용 가능한 조선글과 한글 변환시스템' 조선글은 북한에서 한글을 지칭하는 말이다. 같은 한글을 쓰지만 컴퓨터상에서 구현되는 양상은 남.북한이 서로 다르다. 국제표준화기구에 등록된 표준코드도 다르다. 만약 남.북한이 e메일을 주고받게 된다해도 현재 체계에선 글을 읽을 수 없다는 뜻.이군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현재 작업은 과도기일 뿐입니다. 다국어입력시스템을 만드는게 꿈이죠. 소프트웨어는 거의완성단계이지만 교수님이 최근에 구해온북한 폰트(글꼴)에 맞춰 최신버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완성해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이군의 지도교수는 변정용 교무처장.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한글공학 전문가다.
'졸업자격실험보고제'를 도입한 배경을 물었다. '실력없는 졸업생을 배출해 봐야 대학만 망치는 것 아닙니까? 실험보고제 때문에 1998년엔 졸업예정자 93명 중 31명이 제때 졸업을 못했습니다. 현재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졸업 재수생들이 나옵니다. 대학에는 사회가 원하는 준비된 인재를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에 이군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전국의 대학 4학년이 모두 경재자입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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