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시각장애인 박모(31.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대구시내 ㄷ병원 승강기를 타려다 한동안 쩔쩔맸다. 하강(DOWN)을 뜻하는 영문점자 'DN'을 영어로 읽도록 알리는 점자표기가 빠져 있었기 때문. 영문 DN을 한글로 읽으면 '페'자이기 때문에 김씨는 무슨 뜻인 줄 몰라 당황했다는 것. 그는 "숫자나 영문 시작을 안내하는 점자표기가 빠진 경우 한글로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며 "영문자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상당수 장애인들은 DN이 하강이란 뜻인지조차 알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대중교통, 병원, 관공서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기, 음향장치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훈맹정음'으로 부르는 점자표기가 가장 부실한 분야는 대중교통. 대구 시내버스 번호 자동안내기의 경우 번호버튼에 점자표기나 번호를 음향으로 알리는 장치가 없어 무용지물이다. 버스도착시에 버스번호 및 다음 경유지를 버스 안팎에서 방송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운전기사나 옆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버스타는 게 불가능한 형편.
시각장애인들은 버스 앞문에 번호 점자표기나 '버스번호 자동알림 리모컨'을 바라고 있다. 버스번호 자동알림리모컨은 승강장에서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탈 버스번호를 누르면 가장 근거리에 있는 버스기사가 이를 알 수 있는 장치다. 관공서, 병원 등의 승강기 경우 대부분 층을 표시한 점자표기는 있으나 내릴 층을 알리는 음성안내가 없어 시각장애인들 혼자서 승강기를 마음놓고 탈 수 없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주 이용하는 시외버스승차권 자동판매기, 은행 현금인출기, 음료수 자판기, 약병 등에도 점자화가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시지부 부설 대구점자도서관 김기화 간사는 "장애인 복지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 혼자 통행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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