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비트문학을 처음으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건국대 박승훈 교수(수필가)가 60년대 중반에 공개구혼장을 신문에 발표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상은 윤모 배우였다. 이 여배우는 지금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사람과 살고 있지만 그 당시는 혼자 살았다. 박 교수는 강의시간 내내 담배를 계속 피워대 교탁 주위에 담뱃재가 흩날릴 정도로 골초여서 조금은 흠결요인(?)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강의 내용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이론을 소개해 강의실에 항상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공개 구혼은 여배우의 침묵으로 불발로 끝났고 박 교수는 지금도 홀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기에의 70대 대기업 회장이 유독 40대 전후의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공개구혼장을 내 불혹(不惑)의 한국여성들의 가슴을 흔들어 대는 모양이다. 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홈페이지에 이러한 사연을 올린 첫날(2일)에 250여명의 여성이 응모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네티즌들이 줄을 잇고 있어 치열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가고, 어떻든 한국남성쪽으로 보면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공개구혼한 벨기에 갑부가 한국여성을 선호하는 이유를 중국·일본여성의 특성에서 찾고 있는 것이 또다른 화제다. "일본과 중국여성과는 달리 지나치게 서구화되지도 않고 촌티나지도 않는 한국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게 지난 봄 한국의 사업파트너에게 밝힌 이유라고 한다. 일본여성은 거의 서양여성을 닮았고 중국여성은 사고(思考)나 행동이 청(淸)나라의 여성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아닌가 싶다. 한국여성은 이 두나라의 중간지점이기 때문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서구화는 현재도 가속이 붙어 있는 게 사실이다. 벨기에 갑부가 '동양적인 신비스러움'과 '자태'를 말하고 있지만 내면의 미(美), 외적인 미 등 모두가 우리나라 여성과 서양의 여성이 보이는 차이는 별반 없을 정도로 닮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서양의 미인상이 거의 같아지고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여성의 심성(心性)도 이제는 인내쪽보다는 자기주장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쪽으로의 변화가 대세(大勢)일성 싶다. 한국여성이 지나치게 서구화 되지도, 촌티가 나지 않는다는 갑부의 판단에 선뜻 수긍이 안가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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