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아름다운 지구, 아름다운 사람

우주공간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별은 지구라고 한다. 좀 더 근접해서볼 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아프리카의 남아공 위에 위치한 세로의 붉은 띠처럼 보이는 나미비아 사막이라고 우주비행사는 한결같이 말한다. 주위의 푸른바다, 그 바다 밑에 보이는 녹색의 플랑크톤 무늬, 공중의 흰 구름과 대비되어 1,500여 킬로미터의 긴 붉은 사막은 만져보고 싶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곳은 죽음의 땅이다. 해저 깊은 곳에서는 남극으로부터 차가운 한류가 유입되기 때문에 해수면 위는 항상 풍랑이 심하게 인다. 그 결과 지나가는 많은 배들이 파도에 좌초되자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헤엄을 쳐 해안 가에 이르지만 광대한 사막이 버티고 있어 얼마 걷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죽음의 땅에서도 생존을 위한 생명체의 투쟁은 끊임없이 펼쳐진다. 생명수인 물을 얻기 위하여 이들이 벌이는 투쟁은 너무도 처절하다. 습기의 원천은 오로지 차가운 바다와 뜨거운 사막의 바람이 마주치는데서 생겨나는 안개 뿐이다. 한 동물의 예를 들어보자. 이 사막에도 풍뎅이가 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물을 획득할까? 조그마한 풍뎅이는 안개가 사막 안쪽으로 흘러 들어오면 안개를 향하여 등을 대고 물구나무를 선다. 한 동안 서 있으면 사막의 모래에 의해 달구어진 등판위로부터 이슬망울이 맺혀 그 이슬은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풍뎅이는 이 이슬방울들을 받아먹고 산다는 것이다. 물구나무를 서지 못하는 풍뎅이는 다아윈의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도태되어 소멸하고 살아남은 모든 풍뎅이는 물구나무서는 재주를 습득한다. 이 얼마나 오묘한 물구나무서기 동작인가!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풍뎅이가 있기에 이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인간의 삶도 어떤 면에서 이 풍뎅이와 유사하다. 풍뎅이의 물구나무서는 재주처럼 한가지 나름대로의 두드러진 기술이 없다면 우리 인간도 생존의 빵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라 경제사정이 더욱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대졸 실업자 수는 갈수록 불어나고 직장을 가진 사람도 구조조정에 의한 실직이 두려워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한다. 미국 테러 여파로 수출물량은 줄어들고, 기업은 자금사정의 악화로 부도직전으로 내몰리고 있고, 거리의 노숙자는 하루 점심 한 끼로 추위를 맞이해야 하고, 풍년이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계속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국정 방향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우리의 삶도 불모의 사막 못지 않게 타들어 가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아간다. 수험생은 다음 주 치를 수능시험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고 가사를 꾸려나가는 주부들은 절약정신이 몸에 배였다. 힘들고 고달픈 오늘에 맞서 우리는 풍뎅이의 물구나무서기 자세만큼이나 어려운 심고를 겪으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 실린 앞 못보는 아버지를 모시면서도 면학을 게을리 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한 소녀 가장의 해맑은 미소 사진이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만큼 아름답고 진실되게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일까?

오늘의 삶이 고달프더라도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외계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이인직(경일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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