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된 영세민아파트 베란다에서 친정살이하던 딸가족이 촛불화재로 친정식구와 함께 거처를 잃고 이 엄동설한에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소식에 접하면서 과연 이 나라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보살피는 정부정책이 진정 있는지 강한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그렇게 외쳐대던 저소득층 보호대책이 얼마나 겉돌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기에 더욱 놀랍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 문제는 이같이 정부가 정해놓은 '저소득 기준'엔 비록 미달할지 모르지만 기실은 하루 하루의 삶이 고통인 영세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고 이 계층들이 언제 이같은 딱한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구만해도 수천세대의 영세민아파트 주민중 상당수가 관리비 연체는 물론 전기나 상수도요금을 몇달째 못내는 바람에 식수마저 없는 냉방에서 이 겨울을 지내야 할 형편에 있다고 한다. 단칸 월세방주민까지 감안하면 이 엄동에 그야말로 막연한 저소득층이 얼마나 될지 모를 지경이다. 정부지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전기·수도요금조차 그것도 몇달째 못내는 이런 계층에 실질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어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가용을 굴리거나 억대의 통장을 가진 계층이 정부지원을 버젓이 받고 있다는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질 않은가.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전면 재조사로 엉터리 복지정책을 수정하고 수혜의 폭을 넓히는 대책을 긴급 수립, 더 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또 지자체도 정부의 거시보호대책의 그늘에 놓여 이도저도 아니면서 고통을 당하는 계층들을 골라 자체예산 등으로 지원하는 행정의 순발력이 절실함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할 수 있다. 한전이나 상수도당국도 규정에만 너무 얽매인 '속좁은 행정'에서 탈피, 재량권을 최대한 발휘해주길 당부한다.
'엎어진 사람을 밟아버리는 행정'은 죄악이다. 아울러 좀 더 가진 '우리이웃'이 이렇게도 없으며 그 많은 자선단체는 어디로 증발했는지 정말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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