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이비 시터 외출 급할땐 아이 맡겨요

기혼 여성들의 취미활동이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방문탁아를 해주는 '베이비 시터(baby-sitter)'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학 전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다니지만 오후 2~3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부들은 급한 볼일이 생길 경우 막막할 때가 많다.

주부 이경선(32.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는 "시댁과 친정이 대구에 없어 아이를 데려갈 수 없는 영화관이나 음악회, 모임 등에는 아예 참석을 못해왔다"며 "그러나 몇 시간씩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 시터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급할 때 가끔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직 개인 탁아를 이웃이나 가족, 친척 등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베이비 시터란 용어가 생소하다. 그러나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생겨난 베이비 시터 업체들은 어린이집 등 제도권 보육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성장해 가고 있다.

방문탁아를 전문으로 하는 베이비 시터 업체는 대구 4, 5곳을 비롯 전국 100여 곳에 이른다.

탁아 대상은 영아에서 초교생까지 받고 있으며 기간은 몇 시간에서 월 단위로도 할 수 있다. 보육비는 업체마다 천차만별. 대구의 한 업체는 회원이 아닌 경우 시간당 5천원(3시간 기본)을 받고 있다.

서울의 일부 업체들은 놀이 및 예절지도, 미술이나 음악 지도, 교과 학습 등을 겸하는 전문 인력과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베이비 시터들에게 아이를 맡기는 사연도 다양하다. 단순히 주부가 외출 할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풍을 갈때 베이비 시터가 부모 대신 자녀와 동반해 부모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여행이나 등산을 갈 때 함께 따라가 현지의 콘도 등 숙소에 남아 아이들을 돌봐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전시회나 공연장에 따라가 부모가 '문화생활'을 하는 동안 근처에서 아이를 돌봐달라는 주문도 있다.

베이비 시터들은 육아경험이 있는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이나 최근에는 직장인, 대학생, 유치원 교사 출신, 보육사나 간호사 등의 자격증 소지자 등 전문 인력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맡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30, 40대의 주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베이비 시터업체인 '아이나라' 배묘근(35) 대표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데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베이비 시터의 개념이 단순한 보모의 역할에서 과외교사, 장거리 출장 탁아 등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6개월 전부터 베이비 시터 일을 하고 있는 김경옥(31.대구시 북구 읍내동)씨는 유치원 교사 출신. 자녀가 유치원에 있는 오전 시간 동안만 남의 아이를 봐주고 있다.

김씨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 이 일을 시작했다"며 "7년 동안 유치원에서 아이를 지도해 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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