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치러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은 모든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고 언어와 수리 영역 난도가 특히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의 점수가 33~55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작년 정시모집에서 395점 이상이라야 지원 가능하던 서울대 법학.의예과는 올해 372점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고, 경북대 의예.영어교육과 지원 가능점도 작년 388점 및 384점에서 360점, 356점으로 30점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능 중 일부 영역 점수만 활용하거나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두는 대학이 많아 수험생들은 총점보다 대학별 전형 방식을 잘 파악해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일신학원이 7일 수험생 1천500명의 가채점 성적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은 작년보다 33~36점, 중위권은 44~46점, 하위권은 53~55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학원측은 중.하위권 고3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을 감안하면 실제 점수 하락폭은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 결과 인문계 수험생 경우 361점 이상이면 서울대 중위권 학과와 연세대 사회계열, 고려대 경영대 등에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335점을 넘으면 경북대 경영학부, 계명대 경찰학부 등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자연계에서는 지역 대부분 대학의 의예과 지원 가능점이 358점대로 나타났고, 경북대 컴퓨터공학과, 영남대.대구가톨릭대의 약학부 등은 348점으로 예상됐다. 금오공대 전자공학부,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대구대 정보과학부 등 지역 중위권 학과의 경우 지원 가능점이 280~290점대로 작년보다 50점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능시험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학생부, 논술.면접 등에 비해 수능 성적이 당락에 미치는 비중은 예년보다 훨씬 높아졌으며, 수능 일부 영역을 반영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의 경우 언어.수리 등 영역 성적에 따라 당락이 엇갈릴 전망이다.
또 상위권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 변별력이 확보되면서 지원 전략 수립이 쉬워지겠으나 중.하위권에선 점수 하락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하향 지원 추세 속에 극심한 눈치작전이 불가피해졌다.
일신학원 관계자는 "숫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교차 지원, 재수생 강세, 모집군 축소 등 변수가 많지만 올해 수험생들은 재수해도 별로 이점이 없으므로 소신과 안정 지원을 병행하는 치밀한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올 수능은 어느 입시전문기관 할 것 없이 예상 평균점수를 작년보다 30~55점씩 낮춰 잡을 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첫 시간 언어영역은 수험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정도로 악코스였고, 작년 수준을 기대했던 수리영역에서도 수험생들은 진땀을 뺐다. 사회·과학탐구 역시 통합교과 소재를 활용한 문제가 많아 체감 난도를 높였다. 그나마 외국어가 상대적으로 평이했지만 듣기평가가 어렵게 출제돼 이것 역시 점수 하락이 예상된다.
◇언어영역 =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았고, 독해력 지문은 길고 까다로왔다. 특히 선택지와 조건으로 제시된 '보기' 내용이 길어 수험생들은 시간 부족에 허덕였다.
시나리오가 처음 출제된 것도 특징. 듣기평가에선 끝까지 들어야 답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절 구조를 그려놓고 특정 지점을 찾도록 한 2번 문항은 전통문화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춰야 맞출 수 있는 고난도 문제. 또 2002년 월드컵 중계 실황을 지문으로 낸 3번 문항과 '가족애'로 삼행시를 지을 때 조건과 맞는 답을 찾는 11번 문항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읽기문제 48개 중 교과서 출제 비율은 28개(60%)로 작년 50%보다 높아졌지만, 지문이 길어지고 종합적 사고를 요하는 문항이 많았다. 60개 문제 중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35개나 나왔다. 또 △구술면접 형식의 문제 △정보화사회나 미국 테러사태를 응용한 시사적 문제 △적절한 신문기사 제목을 묻는 문제 등은 수험생들에게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수리영역 = 흔한 유형보다 실생활과 관련있는 응용문제, 단순한 계산 문제보다 사고력·추리력·해결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았다. 기본공식 및 개념을 이용한 교과서적인 문제보다 교과서·참고서에서 자주 접하지 못한 유형의 문제가 더 많았다. 특히 지문 자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순열·조합·확률 분야는 출제되지 않았다.
공통수학은 비교적 쉽게 출제된 반면 수학I.II가 어려웠다. 세 명이 합쳐 스티커를 모아 경품을 받을 때 필요한 나머지 스티커 수를 구하라(29번), 한 상품의 가격 변동확률을 놓고 '통계상 기대값'을 구하라(30번)는 등의 문제는 상위권 수험생조차 쉽게 풀지 못할 고난도 문제였다. 가우스 기호를 2개 사용하는 문항(16번)도 수험생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과학탐구 영역 = 교과목내 단원간 통합문항이 예년보다 많이 등장했다. 사회현상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사고를 측정하는 문항이 늘어난 것도 새로운 경향. 일본의 역사왜곡, 프랑스 문화재 반환, 리콜제와 미국 테러사태, 한류 열풍, 유전자 변형문제 등 시사적 문제가 대표적인 예.
△경제원리를 적용해 주차 등 일상 문제의 해결책 찾기 △미래 환경변화와 문제점을 예측하기 △현대인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 묻기 등은 단순암기식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다.
공통사회.국사에서 나타난 토지제도 관련 3문항을 비롯, 경제분야 문제가 전체 12문항 중 절반을 차지했다.
비교적 쉬웠던 과학탐구에서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작년보다 깊은 사고를 요하는 문항을 일부 포함됐다. 과학탐구Ⅱ의 경우 대부분 기본지식을 응용하면 풀 수 있는 문항이 많아 공통과학보다 난도가 낮았다. 행성을 토대로 물리학의 기본 법칙을 묻는 통합교과형 문제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도표를 응용하는 문항이 많았다.
◇외국어영역 = 어휘 수준이 높아지고 지문도 길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보다는 작년 수준에 근접한 난이도를 보인 것은 사실.
듣기 평가에서는 원어민의 대화 속도가 빨라 내용 파악이 힘들었다. 문법 문항은 종전 1개에서 올해 처음 2개로 늘었다. 그 중 하나는 옳은 표현 3가지를 짝짓는 새로운 유형.
읽기와 쓰기는 종전 60~160단어 내외의 문단에서 220단어 내외의 긴 내용을 읽은 뒤 세부사항을 파악하는 문항을 출제했다. 지문을 한 번만 읽고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던 작년과 달리 여러 번 읽어야 답을 알 수 있는 문제가 일부 포함됐다.
◇제2외국어 영역 = 기본적인 내용만 파악하면 정답을 고를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광고문이나 표지판, 일기예보, 엽서 등 생활에서 접하는 자료를 소재로 그림을 곁들인 문제가 많았다.
독일어 29번 문제는 관광여행 광고문을 제시하고 관광요금이나 출발 시각 등 광고에 나와있지 않은 사항을 고르는 문제였고, 프랑스어 17번 문항은 e메일에 대한 답장 중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문장을 고르도록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어 3번 문제는 퍼즐그림에서 단어가 완성되도록 알맞은 철자를 찾도록 했고, 일본어 29번은 운동경기에 관한 설명을 보기로 제시하고 그 종목에 해당하는 그림을 고르는 문제였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수능시험은 끝났지만 내년 2월말까지 이어지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 대입전형은 작년에 비해 몇가지 달라졌다. 먼저 특차모집이 폐지됐고, 정시모집 대학도 종전 4개군에서 3개군(가·나·다)으로 조정됐다. 모집구분이 바뀜에 따라 1, 2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뒤 등록한 수험생은 입학할 학기가 같은 다른 대학에 이중 등록할 수 없고,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수능성적은 다음달 3일 개별적으로 통보된다. 12월10일부터 13일까지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끝나면 14일부터 각 모집군별로 정시모집 일정이 시작된다. 전형일정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므로 수험생들은 반드시 대학별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합격자 발표는 내년 2월3일까지 대학별로 실시된다. 복수 합격자들의 이동에 따른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1차 추가등록기간은 2월8, 9일 이틀간. 대학별 사정에 따라 여러 차례 추가등록 기회가 주어지며 최종적으로 2월21일까지 추가합격자 통보를 마감하게 된다.
이 기간 중엔 이미 등록을 마친 학생도 원래 자신이 희망했던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 희망 대학으로부터 추가합격 통지를 받으면 먼저 등록한 학교에 등록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추가합격자 등록마감일은 2월22일이다.
7일 저녁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은 대부분 일찍 귀가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시내를 찾아 모처럼만의 여유를 즐긴 학생들은 유난히 어려웠던 시험결과를 걱정하며 애써 마음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오후 8시쯤 친구들과 동성로를 찾은 박태선(제일고.18)양은 "수능에서 해방돼 후련하기도 하지만 시험결과를 생각하면 착잡하다"며 "논술준비는 하지 않기 때문에 성적발표가 있을 12월 초까진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부,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밤 밀리오레, 엑슨밀라노 등 쇼핑몰과 시내 곳곳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각종 공연이 있었으나 비교적 한산했다.
오후 8시쯤 고3수험생을 위한 '락 콘서트'가 열린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엔 100여개 좌석 중 절반 정도가 비어 있었다.
재수생 이기준(가명.20.경원고 졸) 군은 "친구 대부분이 30~40점 정도 떨어졌고 나도 모의고사 때는 380점 정도 나왔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40점 정도 떨어졌다"며 "솔직히 흥겨운 음악을 들을 기분이 아니다"고 씁쓸해 했다.
친구 박준석(가명.20.덕원고 졸) 군도 "부족한 점수를 만회하려면 논술고사라도 잘 쳐야 한다"며 "오늘 하루는 집에서 푹 쉰 뒤 내일부터 당장 시험준비에 나서야겠다"고 했다.
입시학원 부근에는 '시험을 망쳤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친구를 달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밤늦게 미성년들을 출입시킨 노래방 등 청소년보호법위반 업소 38곳을 적발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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