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 성적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수험생은 물론 교사, 입시전문가들 사이에 출제위원회 측이 난이도 상향 조정에 급급해 부정적인 질문과 이중 지문을 크게 늘리고 풀이 과정을 복잡하게 하는 등 문제 출제의 기본 원칙조차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성적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1교시 언어 영역의 경우 60문항 가운데 틀린 것, 아닌 것을 고르라는 유형의 문제가 35개나 됐다. 이런 유형은 문제가 쉽더라도 수험생들이 제시된 보기를 일일이 읽어본 뒤 정답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려 1교시에 대부분의 수험생이 느낀 시간 부족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것.
대구의 한 국어 교사는 "문제 출제 때 부정적인 질문을 30% 이내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교사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라면서 "예년 수능 때 20문항 안팎이던 이런 유형의 것이 35개로 늘어난 것은 기본조차 무시한 출제"라고 말했다.
또 큰 지문을 제시한 후 문항 속에 다시 지문을 포함시키는 '이중 지문' 형태의 문제가 14개나 된 것에 대해서도 지나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문제는 두 지문을 연결해 풀어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지문이 헷갈려 수험생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
난도가 크게 높아진 수리탐구 경우에도 사고력.분석력 등 문제 자체의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문제 형태를 복잡하게 꼬거나 풀이 과정을 길게 만들어 성적 하락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출제위원회 측이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 점수를 77.5±5점 수준에 맞추겠다고 일년 내내 강조해 오다가 막상 출제 때는 "출제를 이번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에 맞추지 않겠다"고 한 것 역시 잘못됐다고 비판됐다.
한 고교 교감은 "이번 수능은 종합적 사고력이나 창의성보다는 문제 이해도나 풀이 방법과 속도를 측정하는 데 치중했을 뿐이라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면서, "고3생들의 실제 수준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출제위원회 스스로 목표 난이도에서 빗나가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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