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값추락 9)농업보루 무너지나

--또다른 위협(2)

"동북3성은 드넓은 들판과 비옥한 토지, 나아가 청정지역이기도 해 세계 어느곳 못잖게 질 좋은 쌀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들은 중국 농산물은 대놓고 질 나쁜 것처럼만 보도합니다". 10일 낮 12시만 지나면 WTO 가입이 확정될 것이라는 중국의 농업 관계자들에겐 쌀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했다.

"랴오닝성에서 생산되는 쌀은 한국 쌀과 맛이 아주 비슷합니다. 그래서 현재 수출 중인 쌀 가운데 랴오닝성 쌀이 많습니다. 또 일본에서 가져 온 요갱(遼粳) 품종의 밥 맛은 더 뛰어납니다. 한국 소비자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입니다". 랴오닝성 취재 때 만난 성 정부 농업청이나 농업과학원 고위 관계자들도 그들의 자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성 농업청 왕창훙(王長宏) 청장조리는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 성도 선양(瀋陽)에 중앙정부의 녹색식품 관리기관이 설치됐고 성 정부도 10개 도시에 유사한 부서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영양제를 사용토록 하며, 심지어 육묘 때마저 비닐 대신 천을 쓰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고품질 신품종 개발에도 역점을 둬 요갱 454호를 대체할 신품종을 이미 개발, 랴오허에서만 25만ha에 보급 중이라고 왕 조리는 말했다. 농과원 신화쥔(辛華軍) 외사처장은 이를 위해 성 정부가 농업과학원에 연구사 900명 등 1천9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산하에 16개 전문기관을 설치했으며, 승진·수당 등에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랴오닝성 경지면적 341만ha 중 50여만ha가 벼논이었다. 한국 전체 논면적 115만ha(경지면적은 188만ha)의 절반이라는 말. 이 부분을 보충 설명한 농업기술 보급센터 주오아난(卓亞男)씨에 따르면, 그 중 북부 랴오허(遼河)지대의 논이 40만ha에 이르고 다롄(大連) 등 동남연해가 8만여ha, 동부·서부 산간이 2만여ha 정도인듯 했다.

선양 근교인 둥링(東陵) 들녘에서 만난 농과원 재배소 도작실 장옌즈(張延之·여) 연구원은 "벼 품종만 20년 넘게 연구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새로 개발한 요농 986호는 생산량이 20%나 늘어 ha당 10t이나 되며 품질도 뛰어나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50만ha 가까운 벼논을 가진 지린성도 한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쌀 농업에 대단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성 정부는 작년 구조조정 때 농업청을 농업위원회로 오히려 확대 개편했다고 가오젠펑(高劍峰) 대외경제처장이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품질이 떨어지면 정부 보호(수매) 가격으로 수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힘을 줬다. WTO 가입에 대비해 쌀의 국제화를 앞당기려 무공해 고품질 녹색식품화 정책을 1999년부터 추진해 왔다는 얘기였다. 가오 처장은 "최근 들어 농업 투자와 신품종 개발이 더 활발하고 우리 성 쌀 품질은 이미 명성을 얻었다"고도 했다.

동북3성 중 우리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지린성은 그 덕분에 쌀 농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곳. 지린신문 농업담당 유창진 기자는 "조선족들의 쌀 농사 소득이 높자 지금은 중국인(한족)들의 벼 농사 참여도 느는 추세"라고 했다. 소득에서 쌀이 옥수수보다 무려 6배나 유리하자 중국인들이 옥수수를 버리고 벼농사로 몰린다는 진단이었다. 그때문에 지린성에서는 밭을 논으로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농업 관계자들이 전했다.

창춘에서 만난 동북저널 김윤옥 특약 편집위원은 "지린성은 특별히 생태 시범 성으로 지정돼 환경친화적 농업이 추진됨으로써 각종 브랜드 쌀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품질이 한국 쌀에 못잖다"고 평가했다.

동북3성 중 가장 넓은 161만ha의 벼논을 가진 헤이룽장성 역시 '수출용 쌀'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헤이룽장신문 농업담당 리수봉 기자가 전했다. 무공해 친환경 브랜드 쌀 생산에 역점을 둬 성 정부가 각종 농업박람회를 잇따라 여는 등 고품질 쌀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 기자가 현지를 찾았을 때도 헤이룽장성 제2의 도시 치치할에서는 녹색식품박람회가 새로 만들어져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동북3성의 브랜드 쌀은 고품질이지만 값은 우리 것과 비교가 안됐다. 랴오닝의 한 할인점에서는 브랜드쌀 1kg이 2위안(320원)~5위안(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물론 일반쌀은 kg당 1위안(160원)~2위안(320원)으로 값이 더 낮았다. 우리 쌀은 kg당 2천원 정도하니, 6∼12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기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헤이룽장성의 벼논 면적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히 신경 쓰였다. 대량 생산이 가능토록 논 면적을 지난 10년간 100만ha나 늘렸다는 대목이 그것이었다. 1985년 39만ha에서 작년엔 무려 161만5천ha로 증가했다는 것. 특히 하얼빈 동북쪽 인구 600만명의 산장(三江)평원의 벼논 면적은 93만ha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 전체 벼논 면적과 맞먹는 규모였다. 덕분에 자포니카종 벼 재배 규모가 작년에 1천만t에 달했고, 이 양은 랴오닝성·지린성 전체를 합친 800만t보다 많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헤이룽장성은 필요할 경우 66만ha 이상의 논을 즉시 개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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