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미국 테러 참사, 세계적인 경제 침체, 국내기업의 구조조정 강화 등의 요인이 겹쳐 올해 취업률이 90년 초반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경쟁률은 대중문화시장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40%를 웃돌고, 수백만 관객 동원이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개봉관에 걸리지도 못하는 영화는 엄청나다.

음반 시장도 마찬가지. 도매상에서 선도 보이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음반 수가 90%를 넘기기도 한다. 인디밴드는 이 틈새에서 생명력을 뿜어낸다. 인디밴드는 직접 제작한 음반을 무대공연 등의 독자적 판매망을 통해 자유롭게 판매하는 밴드. 음악 장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심의 및 검열 제도나 스타시스템과 무관해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 나아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대중문화의 흐름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대중문화의 주류가 되기도 한다.

자우림이나 크라잉 넛이 대표적 예. "끝까지 인디밴드로 남을 것인가"하고 필자가 묻자 '크라잉 넛'의 쌍둥이 형은 "아니다. 고정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단순히 펑크만을 흉내내지 않고 레게.폴카.사물놀이 등 국내외 다양한 장르를 '조선 펑크'라는 이름으로 퓨전화했기 때문에 매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대중의 관심을 끈 이유는 "매니아의 수가 확대되면서 인디적 한계를 벗어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인디밴드 최고의 미덕. 고집이 있고 대중에게 영합하지도 않는다. 또한 형식이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솔직함과 자유로움이 있고 첨단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아마추어리즘이 살아있다. 그리고 메이저 음반시장에 비해 예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자본이 덜 들고, 시장진출에 따른 위험부담이 적으며, 때론 변덕스런 대중의 덕분(?)으로 대박 가능성도 있다.

지금 대중음악의 주 마케팅 대상은 신세대. 이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조작되고 있다. 광고는 신세대의 존재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에 맞는 상품을 팔기 위해, 언론은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위해 신세대의 존재를 과장하고 부풀린다. TV는 채널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을 과대평가하고 부각시키는 데 골몰한다.

인디밴드는 신세대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세대임에 주목한다. 또한 새로운 것이 무한정 생산되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결과 인디밴드는 기존의 것을 섞거나 재배치하는 등의 변화를 통해서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 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작곡과 개성, 꾸준한 노력으로 "좋은 음악만이 밴드의 생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취업의 해법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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