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중대결단에 당 총재직 사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8일 민주당은 극도의 긴장 상황에 빠져들었다. 당의 중심인 대통령이 총재직을 조기에 사퇴하겠다는 것은 당의 '홀로서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내분을 겪는 민주당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광옥 대표도 이날 당4역회의에서 "오후 2시 이전에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기로 했기 때문에 그 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전에 개최 예정이었던 최고위원회의의 무산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밤 대통령의 총재직 이양 소식을 접한 한 대표는 이튿날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알려진 대로 총재직을 사퇴할 경우 당운영과 지도체제 문제 논의를 위해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아침 회의는 최고위원들이 참석을 거부하면서 취소돼 버렸다. 한화갑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는데 무슨 최고위원회의냐"면서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분위기도 술렁댔다.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대통령의 당적이탈을 우려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지금 당장 총재직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자위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후임 총재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할 수야 있느냐"면서 "향후 총재직 이양에 대한 정치일정을 밝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대통령이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번 재보선 실패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한 점을 꼽았다. 즉 이 발언이 당내분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만큼 당장 총재직을 사퇴하는 파격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인 것이 문제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대통령이 아예 당무에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총재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최근 당내 대권경쟁 및 여야간 정쟁과는 거리를 두고 남은 임기중 경제회복과 남북관계 개선 등 국정에 매진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쇄신파에서는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여권내 인적쇄신 요구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지나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가닥이 잡히는 듯했던 민주당 내분사태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설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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