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반영 학과별로 제각각 잘살피면대학 가는길 많다
올해 수능시험은 작년보다 훨씬 어려워져 변별력이 상당히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상위권 점수대에 수험생이 밀집해 지원 가능점 찾기가 '바늘 구멍 지나기' 격이던 작년에 비하면 가늠해 보기도 한층 쉬워졌다.
일신학원이 1천500명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상위권의 경우 작년보다 동점자 또는 점수대별 밀집도가 한층 줄어든 반면 중위권으로 갈수록 늘어나다 하위권에서 다시 줄어드는 표준분포를 보인 것.
각 대학의 지원 가능점은 작년보다 상위권 20~30점, 중위권 30~45점, 하위권 60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신학원 관계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 성적이 발표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도 지원 가능점을 찬찬히 짚어보며 자신의 위치를 따져보면 대학으로 가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지원 가능점은 어림잡아 자신의 위치나 지원할 수 있는 학과들을 제시하는 것일 뿐 전적으로 이를 믿고 지원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수능 점수 외에도 여러 전형 요소가 있는데다 상당수 대학이 수능 총점이 아닌 일부 영역 반영 또는 특정 영역 가중치 부여라는 방법을 쓰기 때문. 이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실례를 들어가며 알아보기로 한다.
◇총점 363점을 맞은 인문계열 A학생의 경우=지원 가능점으로 살피면 서울대만 놓고 볼 때 인문대나 생활과학대 정도에 지원하면 적절하다. 그러나 서울대는 대학.학과별로 3, 4개 영역만 반영하므로 영역별 점수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지원도 달라진다. 가령 A학생이 수리탐구 영역을 망쳤다면 인문대학 합격이 거의 확실시된다. 인문대학은 수리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수리탐구는 총점이 비슷한 다른 수험생보다 훨씬 잘 쳤는데 제2외국어를 망쳤다면 차라리 사회과학대학을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사회과학대학은 수리는 반영하지만 제2외국어는 반영하지 않기 때문. 사회탐구도 망치고 제2외국어도 망쳤다면 두 영역 모두 반영 않는 생활과학대학에 지원하면 훨씬 유리하다.
◇총점 359점을 맞은 자연계열 B학생의 경우=연세대 공학계열과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가운데 선택하고 싶은 입장이라면 관건은 사회탐구 영역이다. 연세대 자연계는 사회탐구를 가중치 없이 반영하는 반면 고려대는 사회탐구를 아예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점 355점을 맞은 자연계열 C학생은 계명대 의예과에 합격이 가능할까=계명대 의예과의 경우 600점 만점이다. 영역별 가중치를 두기 때문이다. C학생이 가령 언어영역에서 실수를 많이 한 반면 수리나 외국어에서 비슷한 점수대의 수험생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합격할 수 있다. 원래 80점인 수리영역을 200점으로, 80점인 외국어를 160점으로 배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 영역에서 다소 떨어졌다면 계명대 의예과는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살펴본대로 올해 입시 전형은 대학과 학과에 따라 세분화하고 복잡해졌다. 따라서 대학별 전형 요강을 어느 정도 아느냐 역시 입시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수능시험을 다소 못 치렀더라도 대학별 전형 방법과 수능시험 활용방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점수로 가장 유리한 학과를 지원한다면 총점 4, 5점 차이도 쉽게 극복해낼 수 있다.
올해 이같은 수험생 스스로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수능 성적이 공식 발표된 후에도 정확한 지원 기준표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영역별 도수분포 등 근거가 되는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믿을 만한 지원 기준표를 만들기란 대단히 어렵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입시전문기관 등은 이에 대비해 8일 각 고교에서 가채점한 결과를 모아 분석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손으로 적어 내는 가채점 결과 자체의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고, 얼마나 많은 학교의 가채점 결과들을 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가 없다면 어림잡아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작업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12월3일 수능 성적 발표 이후 각 기관들이 어떤 형태로든 지원 기준표를 제시한다면 지금의 형태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점수대에 맞춘 대학.학과 묶음이 아니라 학과별 기준에 맞춘 점수가 제시되는 것. 반영하는 영역, 가중치 등을 감안해 수능 총점인 400점이 아니라 대학.학과 자체의 만점으로 잡아 그에 맞춘 지원 가능점을 내놓는다.
그러므로 이번에 나온 지원 기준표는 성적 발표일까지 어느 정도 기준으로 대학.학과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대비하느냐의 잣대로 삼는 게 일단은 현명한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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