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환경이 바뀌면 인식의 '준거틀'이 달라지며, 세상사가 달라짐에 따라 생각의 기준도 바뀌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인식의 준거틀이 달라지고, 의사소통의 단절 현상이 심각해지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세대차'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세대차가 난다고 했지만,스크린을 통해 모든 정보가 상호작용하는 지금은 그 간격이 5년에서 1년, 한 달 사이로 좁혀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2001 전국 소비자 조사'는 세대차를 적나라하게 말해 준다. 특히 PC 의존적 사이버 세대인 1318세대(13~18세)는 책보다 인터넷, 편지보다 e메일,TV보다는 컴퓨터에 익숙하다. '행동을 먼저, 생각은 나중에'로 요약될 정도로 그 이전 세대와는 뚜렷하게 변별된다. 힙합음악 선호 등 극도의 대중성 추구로 몰개성(沒個性)적이며, PC를 생필품으로 여기는 비율도 71%에 이른다.
▲이들과 중년층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건 물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1925세대(19~25세)만도 크게 다르다.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아 '엄지족'이라 불리는이 세대(주로 대학생)는 휴대폰 보유율(86%)이 가장 높다. 이성 교제와 결혼에 관심이 높고, 자기 개발과 도전의식도 강하다. 그러나 사회에 갓 진출한 2632세대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지만 종전의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이 짙다.
▲그러나 '신문족'으로 분류되는 그 이전 세대는 앞의 두 세대들과는 뚜렷하게 다르다. 사회·정치 의식이 투철한 3342세대는 가족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으며, 컴맹이42%로 신문 의존도가 높다. 장년층인 4355세대는 주요 관심사가 건강이며, 보수적 사고방식이 뿌리 깊다. 고성장의 주역이었던 이 세대는 구조조정과 이혼율 증가 등 사회문제로 정체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사극(史劇)을 좋아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정보 수용자가 곧 생산자로 바뀔 수 있는 상호 작용성에 의해 세계는 불연속성이 증가되는 추세다. 어떤 전문가는 스크린은 새로운 세대의 징후를 읽어낼 수 있는키워드라고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우리의 삶도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는 척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런 현상은 '세대차'가 아니고 '시대차'로 읽어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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