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DJ, 사퇴보다 당정쇄신 더 중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여당인 민주당의 총재직을 사퇴,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 국정에만 전념키로 한 것은 어느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당내외에서빗발치고 있는 국정쇄신의 요구는 외면한채 여당 총재자리를 사퇴한 것은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통령 집권이래 우리는 지역갈등의 심화와 잇따른 권력형 비리의혹, 첨예화된 이념대립과 표류하는 외교에 경제난국까지 겹친 총체적 위기에 시달려 왔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식은 끝내 '국정이 쇄신돼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회생될 수 있다'는 전국민적 공감을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벌인 국정쇄신 요구도 결국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대변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만큼 현 시점에 김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는당내외에서 인(人)의 장막 노릇을 하며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됐던 인물들을 제거하고 전문성 높고 성실한 인물을 대거 기용, 국정을 쇄신하는 것이었다. 그 연후에 여당의대권주자를 가시화해서 당을 안정시킨 후 총재직을 떠나는게 순리라는게 우리의 시각이다. 알다시피 여당인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당(私黨)'이라 할만큼 김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정당이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당 내분을 이유로 내세워 내몰라라 하고 팽개치다시피 하는 것은 정치인이 취할 정도(正道)는 아니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당장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여당이 와해되다시피 흔들리고 그로인해 정당정치가 일시적이나마 혼돈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우려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김 대통령이 여당 총재자리를 내놓고 국정에 전념하면서 얽히고 설킨 각종 현안을 초연한 자세로 마무리 짓는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결단임을 부인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집권측의 레임덕 차단이나 정치적인 책략이 아니라 당정쇄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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