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능점수도 아버지 책임"

교육학자인 이해명 단국대 교수는 자녀를 엘리트로 키우는 5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첫째가 부지런할 것을 권한다. 부모가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책욕심이고 셋째는 아버지들이 아이공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넷째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할 것이고 다섯째는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줄 것을 꼽고 있다. 이 교수가 펴낸 '이제는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 다섯가지 중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부분은 셋째의 아버지 책임론이 아닌가 싶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자녀는 아버지가 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자녀의 대학진학률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버지의 학력이라는 연구가 나와 이래저래 성적이 별로 신통찮은 아버지는 기죽어 지내야 할 판이다. 구조조정에다 되레 깎인 월급으로 어깨죽지가 축 늘어진 40, 50대 신세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위원이 밝힌 이런 내용 때문에 더욱 쳐질 수밖에 없고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학력이 높을수록 대학진학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수능점수도 뛰어난다니 이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지금이라도 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할 사태가 벌어지면 큰일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방하남·김기헌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내놓은 이 연구는 시골출신의 일류 대학진학을 '하늘의 별따기'로 추정해 가난한 산골 수재의 출현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대도시에 있는 고교출신이 중소도시 출신보다 수능점수가 높을 확률이 1.5배 이상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군청, 면 소재지 등 출신은 기껏해야 정원미달 대학에 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호롱불에서 시커멓게 그을릴 정도로 책과 씨름해 서울로 대학을 가는 경우는 전설(傳說)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국적인 환경의 지적으로도 볼 수 있다.

아버지의 학력이나 지위가 자녀 학력에 변수라는 것은 신분상승도 이들 계층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이다.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고등교육기회의 양적, 질적 차이는 신분의 세습화 경향이 갈수록 고착되는 경직된 사회다. 극소수 계층만 자기성취를 이루게 되면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접고 창의적인 사고(思考)나 도전적인 자세를 내팽개쳐 국가의 역동성이 상실될수 있다. 학교학습이건 자율이건 학습량이 쌓이면 학력도 비례해 높아가는 평등한 교육요건 마련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참으로 과외가 필요없는 학교교육만으로 되는 교육환경은 영원한 희망 사항으로만 남는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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