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험생.학부모 '수능 공황',입시포기 속출, 재수준비

수능시험 점수 폭락에 충격을 받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앞으로의 입시 일정을 포기한 채 벌써부터 재수를 준비하는가 하면 고3 교실에 "재수 학원이 벌써 마감됐다"는 괴소문까지 번지는 등 정신적 공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2일 논술반을 개강하는 대구 한 학원의 경우 당초 1천명 정도가 수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0일 오전까지 등록한 수험생이 100명을 겨우 넘겼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작년에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이틀도 안 돼 논술반이 마감됐는데 올해는 개강 후에도 얼마나 올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논술반, 면접반 등을 배정하고 지원 상담 등에 분주해야 할 9일 대부분의 고3 교실도 의욕을 잃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허탈한 마음만 나누다 일찌감치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ㄱ고 한 교사는 "모든 수험생의 점수가 다 떨어졌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학생들이 다가올 입시 준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걸 포기했다거나 벌써 재수하겠다는 학생이 적잖아 혹시 잘못된 행동을 벌이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일 고3 교실과 학부모들 사이에 "내년 2월 개강하는 대구 한 재수학원은 벌써 수강신청을 마감했다더라"는 소문이 번져 교사와 학원 측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 한 강사는 "아침에 내년 종합반에 넣어달라는 친척의 전화를 받고 설마 했는데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넣어줄 수 없겠느냐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입시 지도를 해 온 상당수 고3 담당 교사들 역시 수험생 못지 않은 충격과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ㅅ고 한 교사는 "하루 종일 어느 학교는 370점 이상이 몇 명이더라 어느 학급에는 350점 이상이 한 명도 없더라는 식의 비교에 시달리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무슨 죄라도 지은 것 같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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