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須臾)의 세월인들 함부로 다스리랴. 무거운 오늘도 은혜로 다독이며, 내일의 찬란한 꿈을 날개위에 얹는다'. 지난 7월 전립선암 말기 판정를 받은 김상형(77.대구시 수성구 파동)씨는 다시 시 쓰기에 매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을 때 시집과 수필집 6권을 내놨던 그였다. "의사도 시한부 인생이라고 포기했고 친구들도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지만 또 하나의 시집을 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암세포가 하반신은 마비시켰지만 손과 머리는 어쩌지 못하네요"라며 빙긋이 웃는 김씨의 눈에는 생의 의지가 꿈틀거렸다.
한때 유망 벤처기업의 사장이었던 안태성(44.대구시 북구 관음동)씨에게 위암 말기의 6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 7월. 말단 회사원에서 시작해 숱한 사업 실패 끝에 겨우 신소재 관련 벤처사업으로 안정적인 삶을 꿈꾸던 안씨를 천길 낭떨어지로 밀어뜨리는 소식이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았어요. 여러 병원을 돌며 똑같은 검사결과를 받은 후에야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방황도 많이 했고 왜 나에게는 고통만 주느냐고 하느님을 원망라며 몸부림도 쳤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제는 담담하게 말하는 안씨에게 요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안씨는 "바쁘게 살아오느라 남을 생각지 못했는 데 이제서야 그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어요"며 "기력이 나아지면 나처럼 아픈 사람들의 손발이 되어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주군 금수면 공기 맑은 한 야산 자락에 들어선 계명대 동산병원 전인치유센터. 올 여름 문을 연 이곳에는 이들과 같은 말기암 환자들이 암세포와 싸우고 있다. 의사도 포기한 6명이 2명의 간호사 도움속에 '반드시 털고 일어서리라'는 희망의 끈을 당기고 있다. 대부분 신앙에 기대어 기도를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비교적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
담낭암 말기 환자로 링거로 연명하다 이곳으로 온 뒤 우연히 찰옥수수를 먹고 식욕을 되찾았다는 김태연(68.대구시 서구 평리동) 할머니는 "병원에서 보다 정말 좋아졌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들을 돌보고 있는 동산병원 송미옥(47) 수간호사는 "환자들이 살겠다는 의지로 병세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진다"며 "최근 후원금이 줄면서 무료로 운영하는 전인치유센터가 많이 힘들어 졌다"고 말했다. 송 간호사는 "암환자가 매년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정부에서도 이러한 시설을 확대한다면 암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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