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강산 회담 북측태도

'개혁.개방'강한 거부감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인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는 9일 제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개혁.개방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단장은 이날 기조발언에서 남측이 최근 밖에 나가 그 누구를 개혁.개방에로 유도하도록 도와달라고 '청탁놀음'을 벌였다면서 "이것은 상대방의 제도를 인정하고 두 제도의 공존에 기초한 통일로 지향해 나갈 데 대한 공동선언을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의 존엄을 해치며 체제를 건드리는 용납못할 엄중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이는 지난달 19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이뤄졌던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은 김 대통령이 올해 3월 미국을 방문해 북한의 개혁.개방정책 지원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세계은행(IBRD) 총재에게 당부했을 때나 6.15 공동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아 미 CNN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강조했을 때만해도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이번 김 단장의 발언은 주목된다.

물론 김 단장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해 남측을 비난한 것을 놓고 볼 때 이번 회담에 암운이 드리우기는 하지만 원론적으로 개혁.개방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북측은 개혁.개방에 대한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수준의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8년 12월 북한의 한 방송은 "개혁.개방이나 외세의존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힘을 믿고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강성대국 건설의 새 역사를 주름잡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초 중국을 비공식 방문(1.15~20)했을 당시 상하이(上海)를 돌아본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르는 것이라는 관측이 분분했지만 북한은 '모든 사업을 우리식대로'라는 자기 나름의 국가부흥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해외공민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는 조선신보 지면을 통해 "서방 언론은 조선의 최고지도자의 상해시 참관을 제멋대로 해석했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후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보다는 '북한식 경제부흥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또 "공동선언을 완전히 무시하고…"라는 김 단장의 발언을 놓고 볼 때 북한은 개혁.개방보다는 자체적인 경제건설 및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통한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의도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개혁.개방을 도와달라는 남측의 외교활동을 "우리의 존엄을 해치며 체제를 건드리는 용납 못할 엄중한 도전"이라고도 비난했다는 것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내정 간섭'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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