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0차 문제 우수작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 욕망에는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욕망이 있는가하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만이 가지는 욕망도 있다. 후자의 경우, 타인과다른 자아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모습을 표현하는 가운데 자아 실현을 이루고자하는 욕구가 있다. 요즈음 아바타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네티즌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아바타(Avatar)는 가상 현실에서 자신의 분신을 나타내는 시각적 이미지다. 또한 사용자의 의지대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자기 표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각 개인이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내고 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나 사회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비주류 문화로 남아 있어 냉대 받기 일쑤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아바타는 가상 현실에서나마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하고 신장시킬 수 있는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바타 열풍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할 기회가 제한된 현실로 말미암아 아바타를 꾸미고 성장시키는 데 집착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사용자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판매 전략과 맞물리면서 과소비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 많은 현금만 있으면 더 세련되고 강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식의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고까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의 경우, 이용자들이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불법으로 현금 거래를 빈번히 하고 있음이 언론 매체를 통해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그리고 아바타에 대한 집착은 사람들에게 현실 도피적인 성향을 심어주고 있다. 아바타 열풍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욕구를 가상 현실에서는 이룰 수 있다는 심리를 조장함으로써 사용자들로 하여금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밤을 새워 가며 자신만의 아바타로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근처 PC방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들 중에서 인터넷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른바 인터넷 중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실에서 자기 표현, 자아 실현을이루려는 치열한 노력을 회피한 채 가상 현실 속의 아바타에 집착하는 이러한 현실은 결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튀고' 싶은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튀는 가운데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 자아 실현을 향한 개인의 노력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아바타 열풍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아바타에 대한 집착이 조장하는 과소비, 물질 만능주의 그리고 현실 도피적인 경향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건전한 정신 문화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바타에 집착하게 만드는삭막한 우리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자아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바타 열풍이 시사하는 의미가 바로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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