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못 믿을 정부 경제예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등 고위 경제 관료들이 지난 7, 8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3%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잇따라 내놨으나 현장 기업인들은 "기업과 시장 현실로는 달성하기에 무리한 수치"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유화·섬유·철강 등 업계의 동시다발적 감산 방침 발표, 대한상의의 연말 자금대란 우려 공표, 사상 최저 수준의 내년 경기 전망(BSI) 등 현장에서는 내년을 오히려 위기로 보고 있는 등 상반되는 전망까지 내 놓고 있다. 기업인들은 또 "일본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 했는데도 우리만 3%대 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기업인들이 이처럼 내년 경제성장률 예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난해 정부 등이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예상치가 크게 빗나가면서 경제계 전반이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고 생각하기 때문.

작년 이맘때 경제관련 부처들과 국책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5.5~6.5%로 예상 발표했으나 불과 서너달 지난 올 3, 4월에 그 수치를 절반 이하로 낮춰 잡는 수정작업을 했고, '돌출변수'였던 미국 테러사태 이후에는 2% 내외라고 또다시 수정하는 등 전망치 오차가 지나치게 컸다.

오락가락하는 전망은 현장 기업들의 잦은 경영정책 변화를 초래, 포철 경우 당초 매출 11조5천600억원, 순이익 1조2천100억원을 계획했다가 11조3천660억원 및 8천100억원으로 조정한 뒤 다시 11조2천100억원으로 매출 목표를 재조정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포항공단의 다른 한 업체 관계자도 "작년말 정부의 6%대 성장 전망에 따라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그 사이 4%, 3%대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회사도 결국은 목표치에 12%나 미달하는 경영 성과를 내게 됐다"고 했다. 잘못된 전망이 기업의 경영 불안을 부추긴다는 것.

이때문에 내년 전망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심지어 "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가 더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했다.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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