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본주의 중국'이 온다

진념 부총리는 최근 "앞으로 3년이나 늦어도 10년 이내에 커다란 중국 충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중국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 LG 구본무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발전상에 충격을 받고 대륙에서의 사업확장 채비를 그룹관계자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지난 달 29일 인천공항발 베이징행 아시아나항공 OZ331편은 빈 좌석이 없었다. 귀국하는 상하이발 아시아나 항공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고 승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 4일 "중국에서 지난 수년간 일기 시작한 한류(韓流)는 한국문화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며 중국도 이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중국내에서 한류열풍이 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국붐인 한류(漢流)가 더 강력하게 느껴졌다.

한류(韓流)열풍이 아니라 중국열풍인 '한류(漢流)'였다.

9.11테러이후 미주노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항공수요가 격감한 것과는 달리 중국노선은 성수기였다.

중국취재에 나선 일주일동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인들은 물론, 양승택 정보통신부장관, 선물협회장, 코스닥위원장, 금감위, 은행장들이 앞다퉈 중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양 정통부장관도 1일 상하이를 방문, 쓰광디 상하이시장과 만나 한.중 무선기술벤처펀드 조성에 합의하는 등 경제협력에 나섰다.

우리의 대기업들도 중국의 WTO가입으로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 '현지화 경영' 등 새로운 사업전략 수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92년 한중수교이후 한.중간의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지난 99년 20만5천명이었으나 지난 해에는 32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 상반기(1~6월)에만 22만5천530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또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도 99년 82만4천명에서 지난해 134만5천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올상반기에는 55만여명이 중국을 찾았다. 대중국투자는 97년 8억달러수준이었으나 IMF이후인 98년 8억400만달러에서 99년 3억4천600만달러로 급감했다가 2000년 들어 6억달러로 늘었다.

중국측 고위인사들의 방한도 늘고 있다.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경제장관)이 한.중경제장관회의차 11월초 우리나라를 방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찾았다.

한.중교역 역시 급증하고 있다. 중국측 통계(중국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대한(對韓)수출은 97년 91억2천만달러에서 98년 62억7천만달러, 2000년 112억9천만달러로 늘어났고 대한수입은 98년 149억9천만달러에서 지난해 232억달러로 증가하는 등 양국간 교역량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화하면서 우리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가는데 쏠리고 있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저가 공산품으로 세계시장을 확대해 우리상품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것이었다.

산업은행 북경사무소의 장대곤 수석대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서 있는 것은 반도체와 PDP 등 일부 첨단제품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WTO가입 이후 세계시장에 본격진입하게 되면 중국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 북경사무소의 손태오 소장은 "이제는 중국을 우리시장의 경쟁자로 바라보지 말고 전략적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도국수준의 상품으로 경쟁을 해서는 승산이 없는 만큼 부품산업기지와 세계시장전략의 일환으로 중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LG, SK 등은 글로벌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상하이 LG광전자의 노광석 총경리는 "LG는 글로벌관점에서 사업의 중심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중국을 세계시장의 중심 생산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상국 박사는 "중국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격화로 국내 한계산업의 퇴출이 가속화되고 중국 IT산업의 발전은 국내 IT산업의 입지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며 "한국경제가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경쟁에서 도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중국전략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이 아직까지 한국을 제쳐야할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고있다는 점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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