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위협(2)-WTO 입성 중국의 팽창력
2005년엔 우리 쌀 시장의 완전 개방이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 1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세계 농산물 시장 진출을 위한 돛을 올렸다.
그러나 앞서도 여러번 주목해 왔듯, 우리 쌀시장은 미국이 열되 실익은 중국이 챙길 것이 뻔해졌다. 비교가 안되는 싼 쌀값에다 1995년부터 시작된 양고일우(兩高一優, 수확량.수익은 높이되 품질은 고급화한다는 것) 정책이 드디어 위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현지 취재 기간 중 헤이룽장성 제2의 도시인 치치할에서 본 녹색박람회에는 다양한 브랜드쌀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셀렌쌀, 맥반석쌀, 녹색쌀 등 무려 28가지.
◈조선족 쌀전문가로
이들 상당수가 우리 동포들이 생산한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소개했다. 중국의 쌀 농업을 얘기하는데 우리 동포의 활약상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동북3성의 쌀 농사 역사는 바로 우리 동포들의 발자취나 다름없다. 이미 150여년 전에 우리 종자를 들고 그곳으로 진출함으로써 자포니카종 벼 재배의 길을 튼 것도 그들이고, 고품질화로 국제 경쟁력을 선도해 가는 것도 그들이었다.
박람회에서 만난 치치할시 룡사구 명성촌의 동포 방상덕씨의 '눈강표 정결미'는 kg당 무려 7위안(1천120원)이나 했다. 일반 쌀보다 7배나 비싼 것. 그런데도 소비자와 외지 참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톈진에서 왔다는 어떤 상인은 구매 상담에 경쟁적이더라고 현지 헤이룽장신문 리수봉기자가 전했다. 그 쌀은 벼 전문가로 이름난 하얼빈의 동북농학원 최성환(崔晟煥) 교수가 추천하고 기술지도를 한 것이라고 현지 신문들도 소개하고 있었다.
녹색쌀을 출품한 지린성(吉林省) 룽징(龍井)시 조양촌의 동포 등 3천300농가는 '녹색식품 생산협의회'를 만들어 3천ha에 이르는 면적에서 녹색식품을 생산한다고 했다.
하얼빈 인근의 아청(阿城)시 훙신(紅新)촌 동포 마을에서 만난 손영자(46.여) 당서기는 "195농가 930여명이 녹색식품 기지로 지정된 120ha에서 수향(綏香)이라는 브랜드쌀을 생산해 일반 쌀보다 2~3배 비싼 값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생산 전량이 수확도 하기 전에 판매 계약돼 앞으로 재배 면적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는 얘기. 손 서기는 한걸음 더 나아가 경북지역 선진농가와 결연해 선진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자포니카'완벽 연구
헤이룽장성 라북현 동명 조선족향 신풍촌 고영신(40)씨는 53ha나 되는 벼농사를 짓고 있었다. 매년 수십만 위안의 수익을 올리고 약을 칠 때는 헬리콥터를 사용할 정도였다. 1992년 군부대 농장과 황무지를 임대받아 농사를 시작한지 몇년만에 그렇게 늘려 모내기 철에는 100명의 인부를 고용한다고 했다.
동포 리광윤씨는 30ha의 벼 농사와 연간 3만5천t의 벼 가공으로 연간 10만위안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또다른 동포는 벼 농사를 100ha나 한다고 현지인들이 소개했다. 지린성에서는 옥수수 밭의 벼논 전환에 동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린신문 농업담당 유창진 기자가 설명했다.
동포들은 녹색쌀 생산도 선도해, 그들이 생산한 쌀은 일반 쌀(2~2.5위안)보다 훨씬 높은 kg당 3.5위안(560원)~6위안(960원)에 팔린다고 했다. 특히 86만여영의 동포들이 집단으로 사는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지역의 동포 브랜드쌀은 전국적 명성을 얻을 정도라고 창춘에서 발간되는 동북저널 김윤옥 편집위원은 강조했다.
◈"경북선진농법 탐나"
동포들은 판로 개척에서도 여러가지 신화를 만들고 있었다. 전언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하얼빈 인근에서 쌀 판매회사를 하던 리수길(48)씨는 1998년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사흘을 버티며 회의 구매담당자를 찾았다. 그리고는 결국 나흘째 기회를 얻어 자신의 쌀로 밥을 지어 밥맛의 우수성을 증명함으로써, 매달 쌀 2.5t을 납품키로 계약하는데 성공했다는 것. 그는 이를 바탕으로 베이징 샹글리라 등 28개 유명 호텔에도 길을 뚫어 그해에만 27t의 쌀을 팔았고, 심지어 러시아까지 진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동포들은 농업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전 헤이룽장성 농업청 부청장을 지낸 남병원씨, 앞에서 말한 최성환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이 헤이룽장성 농업기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리수봉 기자는 "한때 헤이룽장성 농업기술원 벼 전문가 중 80% 이상을 동포들이 차지할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