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레반 퇴각 카불 표정-억압해방 축제 분위기 터번·부르카 벗어던져

탈레반 정권이 북부동맹에 의해 밀려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13일 5년 간의 억압통치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북부동맹 병사들을 환영하는 인파로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카불 시민들은 이날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북부동맹병사들을 환영했다. 남자들은 탈레반 정권의 상징인 '검은색 터번'을 벗고 길렀던수염을 깎았으며 여자들은 온몸에 둘렀던 '부르카'를 벗어던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약탈과 탈레반 병사들의 시체 훼손이 발생하는 등 치안 불안도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카불 주민들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기 전 일어났던 종족간잔혹 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역력했다.카불에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먼저 라디오 방송에서 나타났다.

'라디오 아프가니스탄' 방송에는 이날 1996년 탈레반 정권이 집권한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했고 탈레반 정권이 믿음을 약화시킨다며 금지했던음악도 처음으로 방송을 탔다.탈레반은 집권 후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금지했으며 남자들에게는 검은색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르도록 강요했고 음악 연주와 방송을 금지하는 등 예언자 마호메트가 살았던7세기 방식대로 생활할 것을 강요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북부동맹은 13일 카불을 점령하자마자 탈레반 정권이 금지했던 여성 근로 및 교육을 다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약탈과 잔혹 행위가 발생해 카불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카불 주요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환전소인 샤라-이-샤자다 환전소의 하지 아민잔 호스티 소장은 "강도들이 수백만 달러를 약탈해 갔다"며 "이 돈은 주민들이 수십년간 저축한 것이고 카불과 아프간에 매우 중요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무장한 강도들이 은행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다"고 전했으며 현지취재 중인 AFP기자는 "일부 시민들이 파키스탄 대사관에 난입해 선풍기와 에어컨,담요등을 훔쳐갔다"고 말했다.카불 시내에 있는 샤리 나우 공원에서는 성난 군중이 북부동맹군과 싸우다 숨진 탈레반 병사들의 시체를 훼손하는 일도 발생했다.

앨버트 카이로 국제적십자사(ICRC) 관계자는 "'파키스탄인을 죽여라', '테러리스트를 죽여라'를 외치며 공원에서 숨진 탈레반 병사 6명의 시체를 훼손했다"며 "이 공원에만 이런 시체가 20여 구가 넘고 다른 곳에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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