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위상추락 실감

김대중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로 민주당이 위상 약화에 적지않게 당황하고 있다. 당정관계는 물론 야당과의 관계, 대 국회 관계 등 대통령이 빠진 뒤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총재직에서 물러나면서 당정관계 연결고리는 한층 느슨해졌으며 야당의 홀대도 확연해지고 있다.

우선 한광옥 대표가 제안한 총재회담에 대해 한나라당이 14일 "위상에 맞지않다"며 일축하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분을 수습하고 야당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탈환하려 했던 의도가 단번에 무산돼 버린 것이다. 이는 민주당은 물론 한 대표의 위상과도 연관된 것이어서 대야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당정간의 관계에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속출하고 있다. 당장 13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총재 부재'에 따른 느슨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도 "향후 야당과 정책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변화를 실감나게 했다.

게다가 이같은 상황변화로 그동안 정부에서 파견돼 있던 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들의 거취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문위원들의 정책수립이 선거정책과무관할 수 없어 야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내부에서는 이들 전문위원들을 연말께 정부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 국회 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 같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여당 원내총무의 역할이 제한되면서 기존 여당의 국회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도 "이제 정부정책과 법안에 대해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출석하거나 발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비해 수적으로도 열세인 상황에서 입법부수장의 권한까지 강화되면서 기존 여당프리미엄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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