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금강산회담 결렬의 교훈

제6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위해 금강산까지 갔던 우리대표단이 닷새간의 마라톤협상을 시리패로 끝낸체 빈손으로 돌아옴으로써 남북간 경색국면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테러에 대비한 자위적 조처였던 우리의 '비상경계'를 꼬투리잡은 북측의 기본자세가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든 주인이지만, 바둑에서 초읽기에 몰린 대국자처럼 비상경계시비에 대응하느라 막판까지 제한시간을 다 허비해버린 우리측의 정보.전략빈곤과 협상저자세도 '결렬'에 한몫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 대응전략의 기수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봉을 목말라했던 남북의 이상가족들은 실망이 크겠지만, 어찌보면 이번 협상의 좌절은 우리대표단에겐 향후협상을 위한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우리측은 협상에 임하기에 앞서 북측의 속사정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분석이 필요했다.북측이 비상경계를 트집잡는 실제이유가 따로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속화되는 북한개방을 두려워하는 대남강경파의 위무, DJ 레이덕에서 비롯된 기대감 축소, 아프간에 매달린 미국의 대북무관심 등이 북측의 발목을 잡게 만드는 것 같아 보인다.

제반사정이 이러한 만큼 우리도 당근만으로 북측을 끌어내려 할 게 아니라, 설령 남북회담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있더라도 북측의 어거지 주장에 당당히 버틸 수 있느 자세로 맞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아프간사태에 몰입된 국제정세, 대통령이 민주닫ㅇ총재직마저내버린 레임덕 상황, 퍼주고 뺨맞는다는 국민여론, 더구나 현정권하의 김정일 서울 답방도 물 건너 가버린 이런 상황들속에서 식량 주겠다고 경협추진위를 열고 7차장관급 회담을 갖자고 합의해봤자 그건 말그대로 '해봤자'일 뿐인것이다.

결국 향후의 남북대화는 점수따기식의 일과성 이벤트이기 보다는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제도화도니 특속에서 단계적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남북대화가, 이상상봉이 아무리 절실하다해도 일관된 원칙과 체통이 바탕된 대좌가 아니고서는 앉으나 마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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