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오래 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재치와 해학으로 인기를 모았던 SBS TV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의 압권은 할아버지들이 당당하게 밝히던 젊은 시절 바람기. 할아버지의 부인인 할머니의 체념한 듯한 표정과 대조를 이루었다.

지난주를 끝으로 청춘스타 주영훈, 신현준, 손태영의 지루한 삼각관계파문이 마무리되는 듯 하다. 결과 주영훈은 연인을 빼앗긴 불쌍한 남자라는 동정심과 함께 TV출연 섭외가쇄도하고 있다. 신현준은 얼마 전 새 CF에 계약했고, 또 다른 물의(?)를 우려한 상대여배우 기획사의 출연 거부로 이미지는 구겼지만 뮤직 비디오를 찍고 있다. 그러나 손태영은 한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 후 뮤직 비디오를 함께 찍던 남성에게 한눈을 판 정숙하지 못한 여성이 되었다. 청순한 이미지를 지닌 미스코리아출신은 간 곳이 없다. 지금 손태영은 방송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CF가 취소되는 등으로 인해 수억원대의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상대 남배우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자살까지 생각' '몸무게 15㎏ 빠져'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주영훈과 신현준의 순애보는 난무하지만 손태영의 실체는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나라 언론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섹스마저도 남성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스타 A양 호스트 바 출입'은그래서 크게 다루어진다. 게다가 여성은 순결해야 하고 성도덕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이중적 성규범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과거 'A양 비디오 테이프'에서 나타났다. 당시 모든언론은 A양을 협박한 비열하고 악질적인 상대보다는 A양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데 열중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태란은 매니저의 폭행이나 사건자체보다는 섹스비디오 유무로 힘들어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예계의 무수한 스캔들 대부분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가 정설. 과거 할리우드의 스캔들은 주로 스타의 작은 실수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섹스 추문이 단골 메뉴. 언론의 시각이 편향적이라면 여성스타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행정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4분의 1을 넘는다. 수석이 여성이다. 외무고시 수석이 여성이고 여성장군이 등장하는 세상이다. 여성을 피해자로 만들지 말라.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이 행복한 것 아니겠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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