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희망연가(戀歌)

새롭게 무슨 일을 시작할 때는 늘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일이 이해관계에 민감한 것일수록 잡음은 크다. 조언으로 표현되는 잡음의 표면적 이유는 '우려'이고 실질적 이유는'정치적'인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이 우정이냐 정치적 발언이냐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가령, '당신 그거 조심해야 해'라고 조언하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뜻인지 나에게 불리하다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라고 시작하면,그래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뜻이다. '내가 몰라서 하는 말인데∼'라고 하면, 나의 심중과 계획을 털어놓으라는 말이다. '널 늘 생각하고 있느니~'운운하면, 충고에 따르기만하면 확실한 내편이 되어준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계획이 있는데 말야~'라고 하면 거래를 하자는 말이다. 이런 말판에서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물정모르는 '촌스러운 초보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이중으로 구사하는 말 기술에서 멀미를 느낀다.

이에 비하면 '손해보고 판다'는 시장 아줌마의 말은 불쾌하지 않다. 그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과 함께 그 가격에 물건을 사도 손해보지 않거나 손해봐도 참을만할 거라는 위로의 말이기도 하니까. 때때로 이 뻔한 말에 실소까지 덤으로 주는 경우도 있으니 거래의 합리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숨은 뜻을 가지고 구사되는말이기는 하지만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 삶의 기술은 보통 절묘한 해법을 고안하며, 말의 기술은 대부분 비열한 술수를 획책한다. 이둘이 '한끝차이'일지는 모르나 결과는 일의 성패만큼 차이가 크다.

요즘은 능수능란한 삶의 기술때문에 한번 웃어보고 싶고, 그 노련하고 성숙한 모습에 감동받고 싶고 이 속에서 쌓인 우정과 신뢰로 심려와 충고를 받아보고 싶다. 그래서오늘, 말의 기술보다는 삶의 기술을 익혀보자는 생각을 하며 희망연가를 불러본다. 성숙한 모습은 누군가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며, 희망이 있는 한 무조건 따뜻하기 때문이다.

갤러리M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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