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피해 작년보다 15% 감수
가을 들녘의 벼논과 마찬가지로 인삼밭에서도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인삼이 뿌리를 내리는 올 봄 극심한 가뭄이 한바탕 휩쓸고 간데다 본격 인삼이 성장하는 가을철에도 가뭄이 덮쳤기 때문. 기온마저 높아 인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며 인삼농들은 줄어들 소득 생각에 맘이 편치 않다.
◇올해는 한숨농사=봉화군 물야면 북지2리 900평(칸)의 논에 인삼을 재배, 수확을 마친 강옥희(65)씨는 "2년전 수해를 입고 올 봄과 여름 계속된 가뭄으로 붉은 삼이 많고 굵지도 않아 600만원 밖에 못 받았다"고 한숨쉬었다.
강씨는 "종삼을 옮겨 심고 3년동안 가꿨으나 1채(750g)당 1만원에도 못미쳐 겨우 종삼값만 건지고 인건비는 물론 농약값과 자재대금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고 했다30여년 동안 인삼농사를 지어 온 정호진(50·영주시 순흥면 내죽1리)씨도 "300평 1마지기당 연간 쌀 4가마니를 주기로 하고 600평을 빌려 3년간 인삼을 재배했지만 최근 밭떼기로 팔아 겨우 1천여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임대료와 농약값 등을 빼고 나면 별로 남지 않는다"며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인삼값은 크게 변동이 없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만 마땅히 다른 것을 하기도 어려워 포기도 못한다"고 답답해 했다.
최근 5년근 1천300평과 4년근 2천200평을 수확한 김현수(45·영주시 안정면 생현1리)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김씨는 "1평당 최하 3만원은 받아야 종묘값과 임대료에 2만원, 부부 품값 1만원으로 쳐 견딜만 한데 평당 2만원 받아 적자농사"라 했다.1천여평의 인삼을 수확한 인삼작목반 협의회장 김해룡(62·상주시 화동면 이소리)씨는 "뿌리 신장기인 4~6월 가뭄으로 발육이 부진했고 뿌리 비대기인 7~9월에도 비가 적어 작황이 부진, 평년보다 10~15% 감수될 것"이라고 했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 윤세진 담당도 "뿌리 신장기와 비대기에 충분한 수분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인삼의 질과 양에서 모두 타격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수확하는 사람들=이렇다 보니 수확 미루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년 인삼전업농 신동훈(42·영주시 휴천동)씨는 시원찮은 인삼농사로 아예 수확을 미뤘다. 예천군 유천면 땅을 임대, 영주와 예천을 오가며 인삼을 재배하는 신씨는 "올해 4년근 5천여평을 수확하려고 했으나 가뭄탓에 뿌리가 덜 굵고 속도 알차지 못해 어쩔수 없이 수확을 미룰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씨는 올해 작황이 너무 좋지 않아 수확감소 부담에도 불구, 내년으로 수확을 미루는 농가가 많다고 전했다.
풍기인삼조합 김진현(33)대리는 "예년의 경우 1칸당 평균 1천500g(2채) 정도 수확했지만 올해는 병충해 발생은 적었던 반면 가뭄으로 1칸당 350~400g정도로 수확량이 줄어 8천~1만원 정도 수입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작황탓에 가격은 올라=작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자연히 가격은 올랐다. 수삼의 경우 1채당 8, 9뿌리 대편(상품)이 밭거래에서 2만7천~2만8천원선, 12뿌리 보통은 2만3천원선으로 지난해보다 1천~2천원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시중에서 수삼 소비자 가격은 1채당 7~9뿌리는 3만2천~4만원. 10~15뿌리는 2만3천~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24만평의 인삼밭 중 올해 6만여평에서 수확되는 상주에서는 750g 한채당 상품 3만5천원, 중품 2만8천원, 하품 2만원선으로 지난해보다 5% 정도 올랐다. 농민들은 가격 상승분위기가 지속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백삼 가격은 작년에 비해 오히려 떨어져 300g 한갑에 25뿌리는 2만7천500원, 50뿌리는 2만2천500원에 팔리고 있다. 흠집이 있거나 붉은색을 띤 깍기용 인삼은 1채당 1만500~1만2천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경북의 인삼밭=경북에서는 풍기를 비롯, 영주·봉화·문경·예천·상주 등 소백산맥을 따라 인삼포지가 집중 형성돼 있다. 연중 식재면적은 약 80만평(칸) 정도이며, 면적의 2분의 1은 풍기를 포함한 영주지역에서 식재되고 있다. 나머지 2분의 1은 예천 봉화 상주 문경 등에서 재배되고 이외 안동 영천 경주 등 남쪽지방에도 일부 재배되고 있다.
연작장애로 인하여 일부 풍기 인삼경작인들은 신산지를 찾아서 가까운 단양 영월 원주 등지로 출입(이동)경작을 하고 있다. 풍기지방의 식재면적은 전국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은 평균 평(칸)당 1.5kg(2채)로 경북 전체 1천200t 정도로 추정된다. 연간 조수익은 약 240억원 정도.
경북도청 유통특작과 손상길씨는 "올해는 인삼작황이 좋지 않으나 경북 전체 재배면적이 늘어나 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해외 수출과 작황부진에 따른 가격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상주·박동식기자 park@imaeil.com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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