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실상 확정된 미군 기지 및 훈련장 재배치 계획(LPP·연합토지관리계획)은 미군기지 시설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통·폐합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적지 않다.
미군측이 이번에 반환키로 한 토지면적 4천44만5천평은 현재 미군에 공여된 토지(7천440만평)의 절반이 넘는 54.3% 수준이며, 이중에는 시가화된 지역의 기지 19곳과 공여지 1곳, 144만5천평이 포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며 "합쳐지거나 이전할 여건이 갖춰진 기지는 모두 반환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미군기지 재조정 작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시사했다
◇어디가 반환되나=양국이 합의한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르면 우선 기지의 경우 1만4천평 규모인 캠프 킴을 비롯해 서울지역 4곳, 파주지역 6곳, 의정부·동두천지역 6곳 등 서울 이북지역이 16곳이다.
또 경기도 하남의 캠프 콜번(9만3천평)과 강원 원주의 캠프롱 일부(7만3천평), 부산시의 캠프 하야리아(16만3천평), 군산비행장 공여지 일부(26만2천평) 등 4곳이 반환·이전 대상으로 확정됐다.
양국은 춘천 캠프 페이지(19만3천평), 부평의 캠프마켓(14만5천평), 대구 캠프워커 일부(2만5천평) 등 3개 기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추가 반환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어서 반환기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반환의 반대급부=우리측은 미군이 군소기지 통폐합을 통해 기존 기지를 반환하는 데 따른 대가로 의정부 24만평, 평택·오산 비행장 주변 41만평, 포항 해병대훈련장 지역 10만평 등 총 75만평의 토지를 매입, 공여키로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중·소형 기지를 대형 기지로 통합,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기존 대형 기지의 공간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부지에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 미군이 군사우체국을 설치토록 하는 방안를 검토하고 있으나 공항공사측이 1년 단위의 임대계약을 주장해 절충안을 모색중이다.
◇향후 절차=양국은 이번 합의일로부터 4개월 이내인 내년 3월 중순까지 LPP추진을 위한 최종 합의각서를 체결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지 반환 작업은 내년 3월이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기지 시설 이전에 따른 준비작업과 우리측이 추가 제공키로 한 75만평의 부지 매입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로 기지반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200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훈련장의 경우는 한국군 훈련장 공유 문제가 해결되는대로 반환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해당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총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는 것. 국방부는 2011년까지 향후 10년간 들어갈 총이전 비용 중 1조3천억∼1조4천억원을 미군측이 부담하고 우리측이 이전부지 매입 비용(1천억원)과 시설대체비(5천400억원) 등으로 떠맡아야 할 몫은 6천억∼7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환받는 전체 토지의 9%를 차지하는 군유지(360만평)를 매각하면 7천억원 정도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국방예산에서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측에 신규 제공할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해야 하고 기지확장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전비용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LPP의 성공적 추진 여부는 의정부, 평택 등 기지확장 지역을 관할하는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남은 문제점=이번 반환대상에는 그동안 많은 민원을 야기했던 매향리 사격장(760만평)을 비롯해 파주의 스토리 사격장, 미2사단 기갑부대 훈련장(다그마노스), 연평훈련장, 대구도심 부대 등이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의 78만여평을 차지해 도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용산기지는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전비용 등 이전을 추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이번 협상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지난 91년 6월 타결했으나 북한의 핵 문제 등으로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유야무야된 용산기지 이전 합의는 당초의 반환 기한(96년)을 넘겼지만 합의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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