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장애인 편의시설

의회 주차장 제일 앞자리는 장애인 주차구역이다. 주차하기도 빼내기도 가장 편리한 자리다. 전에는 좀 더 안 쪽에 있었는데 장애인 이용자들의 항의로 이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 자리는 비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주차장이 비좁아 2중 3중 주차를 해야할 때도 장애인 차량이 아니면 이 자리는 비워 둘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미련하고 융통성 없어 보일정도다. 복잡할 때는 다른 차량이 사용하다가 장애인 차량이 오면 비켜주면 될 일을.

지하철역에 설치된 장애인 리프트 시설. 자세히 살펴봐도 도무지 사용한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장애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장면도 한번 본 적이 없다. 도대체 하루에 몇 사람이나 사용할까 싶다. 휠체어리프트 시설 하나에 적어도 수천만원의 예산은 들었을 것인데. 차라리 그 돈으로 장애인 전용 도우미를 배치해 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인도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록을 깔아 놓았고 심지어 화장실 변기에도 장애인용은 별도 보조시설을 해 놓았다. 모든 공공시설에는 이런 종류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미 법으로 정해 놓았다. 이 법을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돈도 없는데 너무 한다고 볼멘 소리다. 살림이 어려운 어떤 구청에서는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복잡한 주차장에 장애인 주차구역이 비어 있다고 넘볼 일이 아니다. 위반 과태료 10만원이 무서워서가 아니라도 그렇다. 그 보다는 더 편하고 더 좋은 자리를 내 줄 일이다. 하루 한 사람도 안 타는 장애인 리프트라고 아까워 할 일 역시 아니다. 오히려 한 달에 한번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매일 점검하고 기름칠 해 두어야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보호가 필요한 모든 이들의 시설이다. 늙으신 나의 어머니와 아내, 아이를 위한 시설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줄 아는 건강한 사회는 이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하종호(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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