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김치냉장고가 등장하고 각종 김장 재료를 언제든 구할 수 있게 된데다 김치공장이 급증, 주부들이 굳이 힘들여 김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
구미의 주부 박정자(36.송정동)씨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 장독에 넣어 보관하다 보면 맛이 변해 결국엔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치냉장고와 재료가 흔해졌으니 누가 그렇게 하겠느냐"고 했다.주부들을 김장과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것은 급증한 김치공장들. 총각김치, 백김치, 포기김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인삼김치, 냉이김치, 도라지김치, 더덕김치 등 새로운 것들까지 개발해 주부들을 부르고 있다.
최근 김장철을 맞아 업체들은 속속 김치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10kg 단위로 포장해 김장독 온도와 같은 4℃의 땅속에보관했다가 고객이 원하는 날에 맞춰 배달해 주고, 또다른 한 회사는 고객들에게 김치냉장고까지 저가 공급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된 뒤 김장 담그는 날을 특별히 따로 잡고 4인 가족이면 배추 20포기, 무 15개, 고추 7근, 마늘 4kg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던 풍경은 아주 귀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김장을 담그는 주부들도 기껏해야 배추 5포기, 무 2개… 하는 식으로 며칠 분만 담그기 때문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쯤부터 한달여 동안 배추.무.고추.젓갈 등을 사느라 김장시장을 찾느라 분주했던 주부들의 발걸음이 한산해졌다는 것이다.
구미의 채소 상인 김모(60)씨는 "지금이 김장철이지만 시장은 평시와 별반 차이 없이 썰렁하다"며, "정부가 김장철마다 발표하는 가구당 김장 비용조차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한편 공급량증가와 풍작으로 김장채소가격이 폭락, 인건비와 수송비마저 건지기 힘들자 포항시 죽장면 입암2리 정춘식(054-243-2610)씨는 김장무를 도시민들에게 무료로제공하고 있다. 5만포기정도의 무출하를 포기한 정씨는 "무 2t을 싣고 포항 공판장까지 가봐야 왕복 기름값에 지나지 않는 2만원밖에 받지못해 아예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했다.현재 무의 공판장가격은 상품250원, 중품150원, 하품50원으로 추석전 상품기준 600~7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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