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동경대 '망국론'

옛날의 인재교육은 요즘처럼 세분화되지 않았다. 철학과 역사, 사회, 경제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침은 물론 인간의 성격교육 등 전인교육을 기본으로 했다. 그래서 좋은 스승 밑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은 인재는 한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인재-다시말해 '상통천문(相通天文)'하고 '하달지리(下達地理)'하는 영재로 성장, 나라의 큰 기둥노릇을 했던 것이다.

요즘 같은 복잡다단한 시대에 이처럼 인간세상 각 분야에 걸쳐 학문을 해박하게 섭렵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자기 전공분야와 관련된 분야만이라도 천착해서 식견을 넓히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교양의 폭을 넓히는 것일뿐 아니라 경쟁시대의 생존전략으로 필수적이라 보여진다. 외국의 경우 경제학자나 법학전공자가 철학이나 역사를 부전공으로 파고든다든지, 건축가가 미학이나 음악에 심취하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이말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문은 이미 죽은 학문이란 의미 아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일본에서 도쿄대(東京大)망국론이 새삼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걸핏하면 고개를 내미는 도쿄대 망국론의 골자는 요즘 같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지털 시대에 암기식 수재만 양산하는 도쿄대의 교육방법으로는 시대적 요구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론자들은 무조건 명문대에 붙고보자는식의 입시공부 결과 도쿄 의대생중에 생물학의 기초도 모르는가 하면 공대생중에는 뉴턴의 역학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런가하면 지구둘레(4만㎞)가 4천㎞, 46만㎞라는 등 엉터리 답변도 허다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비판자들이 가장 기가막혀하는 대목은 "도쿄대의 법학부 학생들이 가장 교양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시에 합격하기위해 6법전서만 달달 외운 결과 다른 학문이나 문학, 철학, 음악등 교양에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란 것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법조문에만 통달, 교양인으로서는 허점 투성이인 명문 도쿄대 법학부 출신들이 정계(政界)와 관계(官界), 재계(財界)를 떡 주무르듯 하는 엘리트로 일본을 이끌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른바 3대게이트의 늪을 헤쳐 나오지 못하는 검찰의 모습을 보며 우리 검찰도혹시 '철학이 없는 탓에' 이런 게 아닌가 미루어 짐작해보게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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