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원일씨 나의 삶 대구강연

"나의 문학은 학창시절의 가난과 독서로 비롯됐습니다. 나를 소설로 이끈 것은 토마스 만(Thomas Mann)의 '환멸'과 김동리.황순원의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3월에 회갑을 맞는 작가 김원일. 올 가을 들어 그의 고향 나들이가 잦다. 18일 창녕 화왕산에서 가진 대구문협(지회장 도광의)의 문학기행에 동참한 작가는 '나의 삶 나의 문학'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자신의 문학적 자양분을 제공한 대구에서의 삶을 다시 떠올렸다.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지역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보리회'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가진 문학순례행사에서도 그는 "내 문학의 원천적인 뿌리는 고교시절을 보낸 대구에서의 기억"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변두리의 어느 황량한 들길과 어둠을 가르면서 신문을 돌리던 그 겨울 새벽, 언 손을 비비며 쳐다보던 하늘의 별들이 왜 그렇게도 서럽던지…". 이제 그만한 연륜이 되었는가 보다. 작가의 삶도 문학도 고향으로 향하는 정념이 날로 애틋해진다.최근 출간한 연작장편 '슬픈 시간의 기억'도 그렇다. 황혼녘에 선 늙은이들의 삶. 그것 또한 우리 시대가 살아낸 그늘진 얼굴의 자화상이 아닌가. 작가는 학창시절을 다시 떠올렸다.

중.고교 때 열심히 읽었던 소설과 가난에 대한 숙고.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와 김동리, 황순원, 토마스 만을 탐독하던 시절. 대학 2학년 들어서는 까뮈와 포크너로 독서의 폭을 넓혔고 특히 '까라마조프의 형제'와 '표리' 등을 감명깊게 읽으며 실존주의에 심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사고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했어요. 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도 못했고…". 작가는 그러나 "문학은 상상력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문학은 계급과 지역성, 학력을 초월한다"고 했다.

"괴테는 귀족출신이지만 고리키는 빈민출신이었다. 까뮈는 알제리 출신이었으며, 포크너와 토마스 만은 고졸이었고 장 쥬네는 무학이었다"는 실례까지 들었다. 작가는 이어 '독서가 인간을 만든다'는 토마스 만의 현실감을 깊이 자각했다. 그리고는 "문학은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위한 고양된 정신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1978년 '노을'(한국문학상 수상작)에서 부터 비로소 문장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작가는 이때부터 술이 체질화되었음도 덧붙였다. 역사문제, 종교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마음의 감옥'(1990년 이상문학상)을 전후해서는 빈민과 장애자 문제에도 천착했다고 한다.

토마스 만을 읽은후 교양소설과 성장소설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유학.불교.주역.대종교.민족운동 등 사회.정치사를 두루 섭렵하며 100여권의 책에 몰두하기도 했던 문학인으로서의 삶을 털어놓기도 했다.

작가는 그러나 "좋은 문학은 라면이나 떡볶이가 아니다"란 평소의 문학관을 드러냈다. "소수의 지식인이 세계를 이끌어가듯, 문학 역시 소수의 독자를 상대로 한 치열한 의식과 암호성에 의해 깊이를 더해간다"는 메시지를 말미로 남겼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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