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저질품 차관, 또 외교망신인가

화불단행(禍不單行), 한국의 외교적 망신살은 그 끝이 없다. 두눈 뻔히 뜨고 일본에 당한 남쿠릴해역의 꽁치어장 상실, 한국인 마약사범 사형통보 여부를 둘러싼 대중(對中)망신에 이어 이번엔 대(對)우즈베키스탄 경협차관시 저질·중고품 제공으로 자칫 국제적 사기의 오명까지 뒤집어 쓸 판이니, 그야말로 한국외교는 수준미달이라 경멸당해도 할말이 없게 됐다. 이 세건 모두 해당 공직자들의 책임감 결여, 부처간 공조(共助)기능의 이상, 정권의 레임덕이 빚는 부패불감증의 합작품이라면 그 해결책도 '국정전념'을 내세운 김대통령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재경부와 수출입은행 등 관련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3월 우즈벡에 경협차관(EDCF) 3천500만달러(약 450억원)를 제공키로 했고, 우즈벡은 그돈으로 한국산 과학기자재를 구입키로 했는데 올봄에 우즈벡에 보낸 물품 3분의 1이 당초 계약한 것과 품질이 다르거나 값싼 제3국제품 등 저질·조악품이었다는 것이다.

우즈벡정부는 정식공문을 보내 시정을 요구하고 이 사건을 조사, 국제문제화할 움직임까지 보여 사태진전에 따라 그 외교적 파장은 전보다 더 심각하리란게 우리의 우려다. 중국·일본과의 마찰의 피해자는 우리였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측이 '가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과일 등의 농산물을 사서 집에 갖고가 포장을 뜯어봤더니 위에는 크고 색깔좋은 상품(上品), 아래쪽에는 형편없는 하품들을 채워 소비자들의 분통을 샀다는 얘기는 지금껏 수없이 들어봤어도 국제거래에서, 그것도 선진국 아닌 후진국을 상대로 우리가 저질렀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우즈벡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대외 신뢰회복을 위한 신속한 대응책 마련과 함께 경협차관 유용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이에대해 또 늑장대응할 경우 사형통보를 받고도 안받았다며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는 외교적 창피를 또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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