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참회합니다. 죽는 날까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저지른 범죄를 사과하고 싶습니다"
한 80대 일본인이 2차세계대전 당시 참전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종군위안부의 참상과 일본의 만행에 관해 증언하고 사죄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일대에서 참전한 일본군 출신 구보타 테츠지(久保田哲二·82)씨. 구보타씨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24일 오후 3시 대구(곽병원 강당)에서 갖는 '남경대학살 참전 일본군인 증언강연회'에 참석, 당시 상황과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구보타씨의 증언 중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전쟁 당시 중국에서 조선인 위안부를 직접 목격했다는 내용. 그는 "10대로 보이는 나이어린 조선인 처녀가 위안소에서 '어머니' '어머니'를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다"고 최근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연회에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같은 증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을 당혹케할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국정신대연구소 조사팀이 2차대전 당시 윈난성(雲南省) 텅충(騰沖)지역의 위안소에서 조선인 여성들이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중국인의 증언(본지 19일자 1면 보도)을 확보한데 이은 가해자측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보타씨는 남경대학살 당시의 상황도 생생하게 고발한다. "4년간 말로는 표현 못하는 광폭한 행위를 저질렀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죽였다" "직접 살육, 고문, 체포 했고 (중국인 여성을)강간도 했다"는 등의 내용을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나의 행위는 모두 일본과 천황을 위해서라고만 생각했고 당연히 죄의식도 없었다"며 "하지만 전범으로 포로생활을 하는 동안 인도적인 대우를 받으며 지난 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박은희 사무국장은 "가해자인 일본의 공식사죄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전쟁에 참가한 일본군 출신이 당시를 증언하고 사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증언강연회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보타씨는 39년 현역병으로 히로시마보병 11연대에 입대해 중국 등지에서 전쟁에 참가했다. 45년 패전 후 소련 시베리아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50년 중국인민공화국의 전쟁범죄인을 심문하는 '무순전범관리소'에서 6년간 구류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중국귀환자 연락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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