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 국어수업-사이버속 고전 여행 끝이 없어요

점심을 먹고 한참을 뛰놀았을 중학생들의 5교시 수업. 그것도 국어 시간이라면 노곤함 때문에 교과서 글자가 두겹, 세겹으로 보이다 이내 꾸벅거리기 십상일 것이다. 교사로서도아이들을 겁주거나 재미있게 만드는 것 말고는 속수무책인 상황일 터. 그런 교실, 대구남중 2학년4반 박세창 교사의 국어 수업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교실이 아니라 컴퓨터실에서 국어과 수업을 하고 있는 것부터 심상찮았다. 차르륵 차르륵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몇 번인가 화면을 지나갔다.수업 제목은 '사이버 카페를 활용한 국어 수업'. '칠인쌤 카페'(cafe.daum.net/newwin7)에 접속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칠인쌤'이란 박 교사가 학창 시절 선생님에게 들은 옛말'人아 人아 人하라 人이면 人이냐 人이라야 人이지'에서 일곱 人자를 따오고, 여기에 선생님을 부르는 학생들 표현 '쌤'을 붙인 것.

학생들은 와르르 컴퓨터에 매달렸다. 졸음은 오간 데 없이 키득거리며 마우스를 눌러댔다. 6개 모둠으로 나눠 1모둠부터 신라 향가, 고려 가요, 옛 시조, 가사 문학, 고전 소설, 한국 한문학 등 과제가 주어졌다.

카페에 모둠 대화방을 만든 뒤 과제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느라 학생들은 분주했다. 모둠별로 어떻게 자료를 모을 것인지 머리를 맞대기도 했고, 모둠 대표가 돌아다니며 다른 학생들의 검색을 돕는 모습도 계속 보였다. 보통의 수업 분위기와는 다른, 교육부에서 그렇게도 강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다.

검색이 끝나자 자료를 등록하는 시간. 카페 자료실에 모둠별로 조사한 작가 소개, 작품 등에 대한 텍스트 자료나 사진 등을 차곡차곡 올렸다. 글자를 키우거나 글자색을바꿔 자기 모둠을 돋보이게 하는 솜씨며, 모은 자료를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편집하는 기술이며, 박 교사조차 "학생들의 PC활용능력이 이 정도인가" 할 정도였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 수업 마칠 때가 돼 모둠별 발표 시간이 생략되자 학생들이 아쉬워하며 툴툴거리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수업과 관련된 질문이 있으면 방과 후 집에서 카페 질문 코너에 올려라"는 박 교사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수업은 끝났다. 학생들은 "다음부터는 두시간 짜리 연속 수업으로 해요"라며 한참 동안 컴퓨터실을 떠나지 않았다.

박 교사는 "교과서에는 한국 고전에 관한 개략적인 내용만 있을 뿐 자세하고 깊이 있는 것들은 없어서 인터넷 활용 수업을 계획했다"면서 "수업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감으로써 교과에 대한 흥미가 커지고 학습 효과도 훨씬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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